[한기범] 어제의 명센터 지도자 출발성공
기사입력 1997년 03월 12일 15시 04분
국내 최장신 지도자의 첫 발걸음은 산뜻했다. 최고의 명센터에서 구로고 코치로 변신한 （韓基範．34．2m7）. 그는 데뷔무대였던 제34회 춘계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에서 무명의 팀을 일약 준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대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신생 구로고는 이번 연맹전에 출전하기 전까지 전국대회 전패（全敗）의 수모를 겪었던 팀. 지난 1월29일 사령탑에 오른 코치는 한달여만에 구로고의 수직상승을 조련한 셈이다. 를 거쳐 86년 기아의 창단 멤버로 입단한 한코치는 고공농구를 구사하며 농구대잔치 7차례 우승신화를 연출했던 주역. 지난해말 발목부상 악화와 체력열세로 코트를 떠난 뒤 곧바로 평소 희망이던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구로고의 원년 코치였던 천정렬씨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바통을 이어받은 것. 구로고는 경복고 휘문고 양정고 등에서 운동을 중도포기한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외인부대. 이에 따라 코치는 부임하자마자 무엇보다도 가족처럼 화기애애한 팀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강압적인 지도에서 탈피, 1대1 트레이닝으로 리바운드 패스 드리블 등 농구의 기본기와 체력을 다지는데 주력했던 것. 코치를 맡은 후 40여일 동안 집에서 잠을 잔 날은 불과 3∼4일.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매일 6시간 이상씩 훈련을 거듭해 모래알 같던 구로고는 차츰 팀워크와 기량을 갖춘 제대로 된 팀으로 재탄생했다. 당초 한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준준결승에 진출한 뒤 올가을 쯤에나 상위권에 도전해 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대밖의 성적을 거둬 팀운영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결혼생활 7년째인 코치는 부인 안미애씨（35）와의 사이에 21개월 된 아들 이세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