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동심의 눈으로 본 전-노씨 재판
기사입력 1997년 03월 12일 14시 46분
유혁훈군(13·백마중 1학년)은 고양시 성사초등학교 6학년 때 두 전직 대통령의 12.12, 5.18 사건, 비자금사건 재판을 방청했다. 재판이 있는 날이면 학교에 가는 대신 재판정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그때마다 나름의 방청기를 썼다. 어른들은 동심으로 보고 써낸 그 방청기를 한 권의 멋진 책으로 묶어줬다. 계몽사가 최근 펴낸 `대통령 아저씨들, 너무 부끄러워요'는 그렇게 태어난 책이다. 유군의 방청기는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소년의 `폭로'처럼 단순명쾌해 오히려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대통령은 나라의 주인인데 째째하게 돈을 받아 모았다니 이해가 안간다'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재판을 한다는데 학생들은 그동안 틀린 역사를 배웠단 말인가' 등등의 구절이 그렇다. "대통령은 법도 마음대로 만드는 사람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는다니 너무 놀랐습니다. 도대체 하늘 다음으로 높은 대통령들을 왜 재판하고 처벌하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대통령이 재판받는 모습을 직접보게 됐어요." 처음 아버지 유철호씨(54)는 유군이 재판구경을 하고싶다고 말했을 때 "등교를 포기해야 하고 방청권 얻기도 힘들텐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걱정했다. 그러나 유군은 "개근상을 못받아도 좋으니 재판을 방청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담임 선생님도, 아버지도 허락해주셨다. 그뒤로 재판이 있는 날이면 유군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재판정을 찾았다. 아버지와 함께 추위를 무릅쓰고 방청권을 타내는 일이 보통 아니었다. 그렇게 유군이 아버지와 함께 방청한 횟수는 21차례. 몇시간씩 진행되는 재판은 생각과는 달리 지루했고, 재판내용도 어렵기만 했다. 방청기는 `두 사람의 대통령을 한 법정에 세워서 재판하는 일은 어디에서도 없었다고 한다'로 시작해 ` 대통령은 단돈 1전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나는 대통령 아저씨게 여쭙고 싶다. 대통령은 돈을 안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에요. 돈을 받고 재판받는 부끄러운 전직 두 대통령과 비교하지 마세요'라는 주문으로 끝난다. 한편 글의 중간중간에는 만화가 박재동씨의 법청 스케치와 만평이 실려있어 책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