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점 하나한에 담긴 60년 예술혼
기사입력 1997년 03월 12일 14시 46분
씨와 함께 한국이 낳은 세계적 미술가로 인정받는 재일화가 이우환씨(61)가 25일까지 갤러리현대(734_8215)와 박영덕화랑(544_8481)에서 3년만의 귀국전을 갖고 있다. 이 전시는 소토, 세자르 등 국제적 대가들의 전시만 개최해온 프랑스 파리 내셔널갤러리 주최 대규모회고전(11월 12일∼1월 4일)에 앞선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증폭시킨다. 출품작은 94년 출품작들보다 한결 담백하고 간결해진 최근작 `조응' 시리즈들. 갤러리현대에는 30여점의 회화작품과 설치－조각작품이, 박영덕화랑에는 20여점의 회화작품과 드로잉이 나와있다. 회화작품은 2∼3m의 미색 화폭에 회색붓자국으로 생긴 점이 많아야 4개, 어떤 작품은 점 하나가 전부다. 일반 관람객에게 `뭘 뜻할까'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어린애들에게는 `나도 저 정도는 그리겠다'는 호기를 불러일으킬만하다. 관람 포인트는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 `만들어진 것'과 `만들어지지 않은 것' 사이의 `관계'의 의미를 캐보는 것. "10여년전만해도 점－선을 이용해 시간성을 다뤘지만, 점점 그리지 않는 여백에 더 큰 세계가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는 작가는 "따라서 고도로 절제되고 안배된 구도와 생명감 넘친 붓터치에 온 정력을 다 바칠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즉 `표현을 최소화함으로써 관람객이 초월의 세계, 타자, 세계와의 대화의 길을 작품속에서 발견할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작가의 예술철학이다. 일부에서 그의 작품값에 대해 `점 하나에 얼마'씩으로 표현하는데 대해, 그는 "점 하나 찍는데 60년 걸렸다"는 우스개를 던진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에서도 단순함은 마찬가지. 직사각형의 철판과 다듬어지지 않은 올퉁불퉁한 자연석을 조화시킨 것이 조각작품의 전부다. 특히 파리 퐁피두센터에 소장된 94년작 `조응'(200호 4장 연작)은 퐁피두센터 소장품 전시 `Made in France:1947_1977'(9월 29일까지)에서 찬사를 받고 있으며, 그 이전 83년에도 드로잉 15점과 회화 1점이 퐁피두센터에 소장됐었다. 그외 뉴욕근대미술관 베를린 등 세계 유명미술관에 소장돼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