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그럽 '벅'의 '맨발의 청춘' 해프닝
기사입력 1997년 03월 12일 14시 43분
옛 가요의 리메이크 현상이 가끔씩 눈에 띈다. 최근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향해 치닫고 있는 2인조 댄스 그룹 `벅'(Buck)의 `맨발의 청춘'도 이와 비슷한 맥락. 단골 방청객 할머니들 네댓분이 2TV `생방송 가요 톱 10'을 구경하러 온 10대들의 꽁무니에 슬그머니 다가 붙는다. "여기선 뭔 프로그램 한다야?" "`가요 톱텐'요. 이건 애들 보는 거예요. 할머니들은 `가요무대'보셔야죠? 여기 나오는 가수들은 할머님들이 모르세요." "떽！ 이 할미들은 방송국 공개 방송만 20여년째여！ 한다 하는 대한민국 가수들 다 아는 할미들이여！ 모르긴 뭘 몰러?" 할머니의 고함에 맞장구를 치는 10대. "그럼 할머님들도 `벅'의 `맨발의 청춘'같은 것 아신단 말이에요?" "`맨발의 청춘'? 고거라면 여기 있는 할망구들이 빠삭하게 아는 노랭겨！" 왕년에 최희준이 불러 히트한 `맨발의 청춘'이라는 곡목이 오르내리자 향수에 젖은 할머니들이 방송국 안으로 일제히 방향을 튼다. "미숙 할미！ 내 뒤에 바짝 붙으셔！ 현아 할미도 그 뒤에 스랑께. `맨발의 청춘'을 한댜. 아, 오늘 재수가 엄청 좋구먼." "왁왁！ 사랑해요！ 오빠 오빠" 오빠 부대들의 악다구니 속에서 이제나 저제나 `맨발의 청춘'이 불려지기를 오직 인내 하나로 버틴 할머니들. 드디어 기다린 만큼의 보람이 있어 결실을 보는 순간이다. "다음은 `벅'의 `맨발의 청춘！'" 그러나 이게 웬일. 할머니들이 바라고 바랐던 최희준의 `눈물도∼ 한숨도∼ 나 혼자 씹어 삼키며∼'는 간 곳이 없고 대신 초특급 열차가 달리듯 164 BPM속도의 `숫사슴'이 알지 못하는 가사로 무대를 휘젓는다. `이렇다할∼ 빽도 비전도∼ 지금 당장은 없고∼ 젊은 것 빼면 시체지만∼'. "이게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여? 요것이 `맨발의 청춘이여?'" 그후 방송을 끝낸 `벅'의 김병수, 박성준. 역정이 잔뜩 난 할머니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옛 것을 끄집어 내는 대단한 청년들이구나 했더니만 `맨발의 청춘'을 그렇게 요상하게 불러 제쳐！ 늙은이 우롱하는 거여? 뭐여? 이놈들. 당장 곡목 바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