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직장인] 이색 구애 작전
기사입력 1997년 03월 11일 15시 13분
`공문서와 명함, 퍼즐….' 이성친구를 사귀려는 신세대직장인들 사이에 이색 소품을 활용하는 풍속도가 확산되고 있다. `어쨌든 튀고보자'는 신세대직장인들은 이같은 소품을 상대방에 강한 첫인상과 신뢰감을 심어주는데 적극 활용, 바라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얼마전 모여대 의상학과사무실 팩스에 대그룹 계열사명의로 된 공문서가 날아들었다. 구인요청 문서인 줄 알고 희색이 돼 받아본 팩스에는 뜬금없이 단체미팅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미혼의 직장인들이 부서장직인이 찍히지 않은 회사공문서에 `단체미팅을 희망한다'는 내용을 써보낸 것. 이같은 `공문서'를 접수한 여대생 한성원양（22.3년）은 "구인에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실망했지만, 보낸 쪽의 재치가 돋보였고 대그룹 계열사 직원들이란 점에서 신뢰도 생겨 4명의 희망자를 모아 단체미팅에 나갔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했을 때 예전처럼 무턱대고 "시간있으면 차한잔 하자"고 접근했다가는 퇴짜를 맞기 십상이다. 신세대직장인들은 명함도 적극 활용한다. 거리에서 이상적인 이성을 발견했을 때 일부러 바쁜척 숨을 헐떡이며 "지금은 급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지만, 명함을 드릴테니까 연락주시면 차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접근한다. 물론 명함에는 번듯한 직장과 직위가 박혀 있어야 한다. 회사원 박일모씨（28）는 "10장의 명함을 뿌리면 보통 6∼7건은 연락이 온다"며 "여성들의 호기심과 `요즘같은 불경기에 바쁘다면 그만큼 능력있는 남자일 것'이란 생각이 보태져 연락을 많이 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 신문이나 잡지에 자주 실리는 단어맞추기 퍼즐도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하철이나 좌석버스 등에서 옆자리의 이성이 마음에 들 경우 퍼즐을 푸는 척하다 아주 쉬운 문제를 일부러 모르는 척 "이것 혹시 아시느냐"고 물어보는 것. 상대방이 해답을 알려주면 기다렸다는듯 칭찬을 늘어놓으며 자연스럽게 데이트신청으로 연결시킨다. 회사원 박재윤씨（27）는 "미혼의 직장동료들끼리 모임이 있을 때마다 별난 데이트신청 경험담을 화제로 올려 한바탕 웃곤 한다"며 "번뜩이는 기지와 재치없이는 애인도 만들 수 없는 시대란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