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저녁상] 구내식당 메뉴 참고
기사입력 1997년 03월 11일 15시 12분
"점심은 이렇게 먹으니까 저녁상 차릴 때 참고해."
구내식당의 1주일 식단표를 복사해 붙여 놓는 가정이 늘고 있다.
부인에게 저녁 메뉴를 결정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케 하기 위한 배려다.
점심식사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생긴 새로운 풍속도다.
정영철 홍보과 대리는 "구내식당이 깨끗하고 맛이 있는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외식을 할 필요가 없다"며 "집사람이 1주일분 저녁 메뉴를 미리 결정하고 쇼핑을 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다"고 말했다.
점심 때 고기를 먹었으면 저녁은 생선구이와 야채 샐러드 냉이국이 좋고, 회덮밥을 먹었으면 쇠고기버섯볶음에 미역국을, 자장면 다음에는 해물매운탕에 생다시마를 곁들이면 식욕은 물론, 영양의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편의 주문이 없더라도 주부들이 거꾸로 구내식당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점심 메뉴가 뭐였냐'는 문의전화와 함께 저녁 식단의 자문을 구하는 일도 잦아졌다.
중앙개발 FS사업부 정병율 조리과장（39）은 "특히 신혼 주부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메뉴 자문과 함께 조리법까지 묻는 주부도 많다"고 말했다.
구내식당을 애용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불경기에 올들어 경제계를 강타한 `한보태풍' 등으로 주머니가 썰렁해진 데다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의 양과 질이 일반 식당보다 오히려 나아지는 등 날로 고급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내식당이 이처럼 좋아진 것은 재벌그룹이 앞다퉈 단체급식 사업에 뛰어들면서부터.
현재 단체급식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은 LG유통, 의 CMD, 신세계, , 의 아라코, 의 중앙개발 등이며 의 한화유통도 지난달부터 뛰어들었다.
올해 예상되는 구내식당 시장은 2조5천억원 규모.
더구나 불경기로 외식 대신 구내식당을 찾는 일이 크게 늘어 구내식당의 예상 매출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LG유통은 쌍둥이 빌딩을 비롯해 정부종합청사, 등 구내식당 100곳에서 하루 20만인분을 공급하고,
CMD는 제지와 , 이대목동병원, 김해 공군병원 등 90개 구내식당에서 8만9천인분을, 중앙개발은 구내식당과 중동중－고교 등 31개 구내식당에서 4만2천인분을 각각 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