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박한-김동광 감독 '밑빠진 술독'
기사입력 1997년 03월 11일 15시 08분
운동선수들도 경기를 마친 뒤엔 가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갈증과 긴장을 푼다. 이들은 과음을 하더라도 이튿날 운동으로 땀을 뺄 뿐만 아니라 단련된 건강체인 덕택에 일반인에 비해 숙취는 확실히 덜한 편이다. 특히 농구계는 선수들의 음주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이어서 지도자와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술잔을 기울이는 광경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어느 종목 못지않게 농구계에는 유난히 주당（酒黨）들이 많다. 알려진대로 농구계 최고의 `밑빠진 독'은 박 한 감독. `4박5일 주란（酒亂）' `99병 사건' 등 한국 스포츠계에서 술과 관련된 전설적인 사건들에는 그의 이름 두자가 단골로 올라 있을 정도다. 지난 83년 여름 농구부의 만리포 휴가 중에 터진 `4박5일 주란'은 박감독의 전성기 주량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선수였던 최철권 정재섭 등의 강청에 못이겨 술자리에 끼게 된 박감독은 4박5일 동안 잠시도 눈을 붙이지 않고 잔을 기울이는 초인적인 주량을 과시한 것. 선수들도 이틀째까지는 대작하더니 사흘째부터는 슬슬 꼬리를 감춰 마지막 날은 박감독만 외롭게 잔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그때 박감독과 선수들이 마셔고 없앤 술은 소주 350병, 맥주 600병이었다는 무용담이 전해진다. 프로농구 지도자 중에서는 김동광 감독이 최고의 애주가로 꼽히는데 앉은 자리에서 양주 몇병 정도는 `게 눈 감추 듯' 없애 버린다. 또 현역선수 중에서는 몇차례 음주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농구 천재' 허 재（기아）가 농구 뿐만 아니라 술에 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데 지난해엔 맥주 광고에도 출연했을 정도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프로농구 용병들은 한국선수들의 음주관행에 처음엔 기겁하더니 음주가무를 즐기는 한국인의 풍류를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모구단의 경우 경기 전날 선수들의 집단음주로 약팀에 물렸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돈다. 어쨌든 최근 국내 선수들이 보이는 급격한 체력 저하도 잘못된 음주습관에서 비롯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