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 코엔형제 솜씨 다시본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11일 15시 03분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코엔 형제의 신작 `파고(Fargo)'가 1년여만에 드디어 국내 관객들에게 공개된다.(15일．) `파고'는 지난해 칸 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작. 기발한 상상력과 번뜩이는 재치, 유머,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코엔 형제의 `영화 만드는' 솜씨가 잘 녹아 있는 영화다. 그동안 코엔 형제가 발표해 왔던 영화들과는 달리 신문 사회면에 실린 조그만 기사, 즉 실화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짜내고 상상력을 동원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코엔 팬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1987년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서 일어난 사건. 빚에 쪼들린 남편(윌리엄 H 메이시)이 아내의 납치를 사주한다. 갑부 장인으로부터 아내의 몸값을 받아내기 위한 게 목적이다. 납치극의 하수인은 별 볼일 없는 건달 칼(스티브 부세미)과 게어(피터 스토메이어).
영화는 이들의 등장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코엔 영화의 재미도 이때부터 빛을 발한다. 납치에 성공한 칼과 게어. 그러나 과속으로 경찰관의 검문을 받게 되자 얼떨결에 경찰관을 살해하고 만다. 또 지나가던 차량이 이를 목격하자 이들마저 뒤쫓아 가서 죽인다. 멍청해 보이는 건달들의 살인 행각은 걷잡을 수없이 확대되고, 수사에 나선 여자 경찰서장 마지(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만삭의 몸으로 범인들을 추적해 간다. 납치와 살인, 음모와 서스펜스로 가득한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웃을 일이 더 많다. 마치 신화에 나오는 듯한 미네아폴리스의 설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혈 가득한 폭력과 숨막히는 긴장감이 충격을 안겨 주면서도 촌스러운 인물들과 그들의 어눌한 행태는 코미디를 연상케 한다.
`블러드 심플'이나 `애리조나 유괴사건', 또는 `바톤 핑크' 등 코엔 형제의 전작들보다 훨씬 대중적인 접근이 돋보이는 영화다. 올 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점도 `할리우드의 이단아'라는 속설을 깨뜨리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