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시모] 산에서 '야호' 외치지 마세요
기사입력 1997년 03월 10일 15시 10분
"산에 올라 `야호'를 외치지 마세요！" `자연보호를 위한 시민의 모임'（자시모） 회원들의 부탁이다. "산은 새를 비롯한 동물의 보금자리입니다. 자기집 앞에서 자동차 클랙슨을 울리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3월부터는 산새들이 새끼를 치는 때입니다. 자연보호 운동은 산에서 조용히 하기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자시모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도봉산 입구에 모여 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새모이와 재털이용 필름통을 나눠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89년 창립한 뒤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해오는 일이다. 활동회원은 300여명이지만 그 흔한 단체로도 등록하지 않고 그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달 회비 5천원씩 거둬 새모이도 사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자연보호 배지도 만든다. 황인천 회장（39）은 "요즘은 시민의식이 높아져 먹이 준비만 하면 되지만 초창기에는 회원들이 산을 온통 누비며 먹이를 뿌려야 했다"고 말한다. 이들의 활동은 차츰 결실을 봐 도봉산에는 2∼3년전부터 꿩을 비롯한 박새 등 텃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시모 회원들은 오전에 먹이 나눠주기를 마치면 나무뿌리 덮어주기에 나선다. 웃옷을 벗어던진 채 흙지게를 지고 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공사판 인부와 다를 게 없다. 이처럼 몸으로 때우는 자연보호 운동을 하다보니 회원 모두 헌신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황 회장은 은행원인 부인 전애선씨（34）에게 가정경제를 맡긴 상태이고, 최고령회원인 임우순 할아버지（81）는 매주 월요일 시내 신문사 사진부를 돌아다니며 등산용 재털이로 쓸 필름통을 수거한다. 자시모 회원들은 요즘들어 `운동'이 조금은 쉬워졌다고 말한다. 등 몇몇 회사에서 새모이값을 보조해주고, 기업에서 사규로 봉사활동을 강화하면서 자연보호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연을 보호할 단계는 이미 지났습니다. 이제는 살려야 할 때죠." 자시모 회원들은 입을 모아 자연을 대신해 `SOS'를 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