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투수 이상번은 롯데 전용 이발사
기사입력 1997년 03월 10일 14시 44분
때로는 가짜가 그리워 질 때가 있다.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11일 귀국하는 롯데 외야수 김종헌（31）은 지난주 한달간 기른 머리를 손질하러 골드코스트 시내의 한 미장원에 들렀다가 스타일만 잔뜩 구기고 돌아왔다. 한시간 넘게 기웃거리며 선택한 중국인 미장원에서 그만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를 만들어 놓은 것. `가격도 12호주달러（약 8천원）면 적당하고 같은 아시아계니까 훤칠하지는 않더라도 중간쯤은 가겠지'라는 요량으로 자리에 앉았다가 본전도 못찾은 격이 됐다. 든사람은 몰라도 난사람은 안다고, 한 움큼씩 삐죽삐죽 삐져 나온 터럭을 가진 선수들은 모두 투수 이상번（27）이 더 없이 보고싶을 수 밖에. 지난 89년 현대공고를 졸업, 롯데에 입단한 이상번은 지난 94년부터 호주 전훈캠프때마다 선수들은 물론 감독의 머리를 도맡아 깎는 `임시 이발사'였다. 이상번은 복잡한 오토바이 부속품까지 다루는 기막힌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의 말을 빌리자면 머리깎는 솜씨가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울고 갈 정도"라고. 이상번은 올 전지훈련을 신인들에게 양보한 채 사직운동장서 2군과 합동훈련 중이다. 한달간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어색한 단발머리로 귀국하게 된 김종헌은 짐가방을 챙기면서 혼잣말로 줄곧 중얼거렸다. "다른 선수는 몰라도 내년엔 꼭 상번이가 와야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