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야구보기] '빛나는 조연' 선수 부인들
기사입력 1997년 03월 10일 14시 41분
`텅빈 집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라는 기혼 여성들의 스트레스가 있다고 한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텅빈 집을 지켜야 하는 허전함에서 오는 것인데 심한 경우, 우울증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 정신의학자들의 말이다. 때문에 현대를 사는 주부들은 문화생활이나 스포츠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보통인데 사치 과소비 등 건전치 못한 방법으로 공허함을 메우는 주부들도 있다. `텅빈 집 증후군'이라는 스트레스를 가장 강하게 지니고 있어도 풀지 못하는 주부 집단이 있다. 바로 프로 야구선수들의 부인들이다. 그녀들은 1년에 6개월은 독수공방을 해야 한다. 남편인 프로 야구선수들이 겨울에는 전지훈련으로, 시즌에 접어들면 원정경기로 6개월 정도는 아예 집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시즌중에는 자정이나 돼야 집에 들어와 곯아떨어지고 나면 적어도 오전 10시까지는 깨우지 말아야 할 정도다. 프로 야구선수들의 부인들은 신혼의 달콤함도 즐기지 못한다. 프로 야구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뒤인 11월 이후에 결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곧바로 전지훈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혼과 동시에 이별을 맛보는게 프로 야구선수 부부다. 올해도 신혼에 생이별한 선수 코치 관계자들은 상당히 많다. 해태 이재만 정회열 권오성과 장채근 코치, 롯데 , LG 허문회, 한화 , 삼성 이태일 김 훈, 현대 김홍집 안병원, OB , 쌍방울 최태원 등 결혼 후 막바로 별거를 하게 된 선수가 무려 2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방법은 국제전화 통화밖에 없다. 전지훈련지가 대부분 외국이어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야구선수가 쓰는 전화료는 1달에 100만원이 넘는단다. 선수들이 국내로 돌아와도 생과부 신세는 마찬가지다. 올해는 3월 22일부터 시범경기를 하게 된다. 이때부터 남편들은 지방원정경기와 지방훈련을 본격적으로 하게 돼, 집에 들어 올 시간이 없어진다. 시즌에 들어가면 126경기 중 63경기는 무조건 원정경기다. 결국 남편은 한달의 절반을 객지에서 보내야 한다는 결론이다. 홈경기 때도 남편이 야구선수라는 이유하나 때문에 시집살이를 해야 한다. 선발투수들은 등판 전날 부부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 돼 있다. 그러나 부인들이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은 남편의 컨디션이다. 야구는 컨디션이 좌우하는 운동이기도 한 만큼 남편의 기분을 맞추려고 애를 쓴다는 것이 대부분의 야구선수 부인들의 말이다. 가뭄에 콩나듯이 보는 남편이지만 마치 수험생을 둔 부모처럼 소리 한번 질러 보지 못해 스트레스도 엄청 많다. 게다가 야구선수는 몸이 재산이다. 시즌 비시즌 가릴 것 없이 몸보신에 총력을 기울인다. 남편의 스태미너식을 마련하기 위해 몸에 좋다는 것이 있다면 부인들은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 다닌다. 시즌이 시작되면 마음 고생은 더욱 커진다. 큰 부상이라도 하면 하루 아침에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어떤 부인은 결혼 5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마음을 졸여 야구장에 구경 한번 못 온 경우도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로 등극한 남편의 뒤편에는 긴장하며 두려움에 떠는 아내들의 눈물겨운 뒷바라지가 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바로 위대한 아내들이 국민 스포츠로 성장한 프로야구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프로 야구선수 부인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