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스토이치코프, 월드컵 불참 으름장
기사입력 1997년 03월 10일 14시 02분
`축구협회가 변하지 않으면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지 않겠다.' 94미국월드컵서 득점왕(6골)을 거머쥐며 를 처음으로 4강에 올려놓은 스토이치코프(31．스페인 FC바르셀로나)가 올봄 재개되는 98프랑스월드컵 유럽 예선 불참을 선언, 파문이 일고 있다. 스토이치코프의 이같은 발언은 유럽, 특히 동유럽 출신 대스타들의 자국내 `무게'가 과연 어느 정도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개 선수가 축구협회에 싸움을 건 이번 사건은 그러나 스토이치코프의 판정승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스토이치코프의 분노는 작년초 새로 들어선 축구협회 집행부가 96유럽선수권대회 1라운드 탈락의 책임을 물어 디미타르 페네프 감독(51)을 전격 경질한데서 비롯됐다. 페네프는 94미국월드컵 당시 의 4강 신화를 조련한 명장. 스토이치코프는 "나는 현 축구협회 수뇌부와 그들의 일처리 방식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협회가 페네프를 복귀시키든 아니면 이에 상응하는 개혁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월드컵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스토이치코프의 이같은 항변에는 소속팀 바르셀로나도 적극 동조하고 있다. 게임수가 곧 `매출액'과 직결되는 유럽팀으로서는 스토이치코프와 같은 스타의 팀 잔류는 그만큼 많은 수입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스토이치코프가 자국 축구협회와 싸우는데 법률 자문까지 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주요 타깃이 스타들을 `국가대표 의무'에서 해방시키는데 모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 많은 스타들은 `허울 좋은' 국가대표로서의 명예보다는 돈과 유명세가 보장되는 소속팀 경기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스토이치코프가 축구협회에 국가대표로 뛰는데 따른 `조건'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은 풍토 때문이다. 유럽축구연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유명선수와 프로팀의 국가대표 기피현상이 결국은 대표팀간 경기를 모체로 하는 의 존립근거를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축구선수들에게 `권리장전'격인 보스만 평결 때문에 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고작 각국 1부리그 팀수를 16∼18개로 묶어 대표팀간 A매치 기회를 늘린다는 정도다. 스토이치코프는 "새로 선출된 스토야노프 회장이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간곡히 요청할 경우 대표합류를 재고할 수도 있다"고 선심(?)을 쓰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기분에 따라 축구협회를 쥐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스토이치코프의 `힘'은 대표소집 때문에 천금같은 해외진출 기회마저 포기해야 하는 국내스타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