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결산] 아르바이트 심판
기사입력 1997년 03월 09일 15시 21분
배구협회 심판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국제심판 김건태씨. 그는 슈퍼리그 경기 직후 동료심판들에게 일당을 나줘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한다. 심판기록원 1만5천원, 선심 2만원, 부심 4만원, 주심 5만원…. 선수와 팬들에게 부대끼며 하루를 몽땅 투자한 대가치고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액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심판들은 교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배구 슈퍼리그가 매년（12월말∼3월초） 방학기간동안 열리기 때문에 `아르바이트'가 용이한 까닭이다. 97슈퍼리그는 심판판정에 관해선 96시즌에 비해 비교적 무난하게 `넘어간' 대회라고 평가할 수 있다. 96시즌에는 심판의 편파배정을 둘러싸고 극심한 파동을 겪었지만 이번 대회에선 여자부 최종결승 3차전서 한 선수의 폭언으로 선심이 깃발을 내던지고 퇴장해 버린 사건을 빼놓고는 큰 불상사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잦은 오심과 소신없는 판정번복이 속출, `코트의 포청천'이란 심판의 권위에 스스로 먹칠을 했다. `아르바이트'로 뛰는 심판이 주류이다 보니 자질이 의심스러운 사람들까지 가세, 마구 휘슬을 불어대 게임의 흐름을 끊어놓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배구도 라이벌종목 농구에 이어 （세미）프로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심판원 선발의 투명성과 재교육, 경기별 심판 평가제 및 등급화로 판정의 공정성 확보가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프로축구와 농구의 중견심판 연봉 3천만∼4천만원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배구심판의 처우개선도 시급한 현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