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석] 삼성 2연승의 주역
기사입력 1997년 03월 09일 15시 19분
식스맨（Sixthman）. 위기 때면 홀연히 코트에 나서 팀에 희망을 안기는 게 식스맨의 역할이다. 하지만 화려한 식스맨보다는 `베스트 5'가 수원 삼성 노기석（25）의 꿈이었다. 시절, 그는 （이상 동양） （ 4년） 등 쟁쟁한 후배들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지난 95년 에 입단해서도 마찬가지. 문경은 양경민（현 상무） 김희선 등 내로라하는 멤버들에 치여 늘 벤치를 지켜야 했다. 거기다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용병들까지 끼어들어 그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농구선수에겐 `밥줄'이나 다름없는 무릎까지 부상, 작년엔 수술대에도 올랐다. 수술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그는 전통의 명문구단 삼성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됐다. 과 양경민은 아직 군복무중이고 센터 이창수는 부상중. 사상 최악의 전력으로 프로에 뛰어들어야 했고 팀 성적은 당연히 바닥. 6연패（連敗）에 꼴찌.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삼성으로선 믿기지 않는 처참한 성적이었다. 지난달 6일 한국경제의 양대기둥이라는 현대전에선 참패의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 2월말부터 조직력을 갖춰 나가던 삼성은 노기석이 컨디션을 완전 회복하면서 상승국면을 맞게 됐다. 8일 현대와의 격돌. 삼성의 새로운 주전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노기석은 현대가 추격에 열을 올리던 4쿼터에 들어서자마자 연속 7득점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상황은 끝, 2연승. 또 앞으로의 기상도도 `맑음'. 케빈 비어드와 김희선의 슈팅감각이 살아났고 애물단지라던 빈스 킹도 한국농구에 적응하고 있다. 올시즌 그의 목표는 높지 않다. 그동안 뭉개졌던 삼성의 자존심을 기필코 회복하는 것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