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전훈지서 생긴말 '괜찮아요'
기사입력 1997년 03월 09일 15시 18분
"괜찮아요." 한화 캠프에 새로운 유행어가 생겼다. 특히 주전 다툼이 치열한 2루수 요원들은 말 대신 몸으로 `괜찮아요'를 실천하고 있다. 한자리를 놓고 무려 4대1의 경쟁률을 펼치다 보니 자연스레 나타난 현상이다. 프로 9년생 김용선（27）과 8년생 정경훈（25）이 똑같이 어깨 부상에서 회복돼 복귀한데다 국가대표 출신의 신인 백재호（23）마저 2루 입성을 노리자 다급해진 선수는 지난해 주전이었던 2년생 임수민（24）. 펑고를 받다 오른쪽 검지를 다쳐 코치들이 타격훈련을 금지시켰지만 눈치껏 방망이를 잡는다. 유승안타격코치가 "왜 하느냐"고 물으면 한번이라도 더 방망이를 휘두르고 싶은 마음에서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은 수비코치의 이름을 들먹이며 거짓말까지 한다. 김용선은 3명의 후배들이 2루에서 수비훈련을 하면 알게 모르게 눈치를 주며 경쟁률이 낮은 유격수나 3루수 쪽으로 보내려고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한다. 칭찬에 인색한 감독은 언제나 "뭐 서로 도토리 키재기하는 건데"하며 무심한 척 뒷짐만 지고 있다. 아프다는 소리 한마디 없이,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훈련에 열심인 선수들의 대견함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이다. 2루가 진원지인 `괜찮아요 증후군'은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에게도 자율 경쟁의 효과를 나타내 한화의 스프링캠프는 어느 해보다 뜨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