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자우리 신바람
기사입력 1997년 03월 09일 15시 17분
삼성 2차 전훈지인 오키나와 캠프엔 활력이 넘친다. 걸어갈때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캐치볼 하나를 주고 받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감독 부임 직후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살벌했던 작년 스프링캠프 때와는 180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단 훈련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이다. 고참들의 대폭 물갈이로 선수들은 대부분 2∼5년차의 20대 중반. 을 제외하곤 처음 주전을 맡는데다 포지션마다 2∼3명의 경쟁자가 있어 각오들이 대단하다. 백감독도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는다. 코치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떠맡긴채 느긋하게 지켜만 보고 가끔 "나이스 배팅'을 외쳐댈 뿐이다. 훈련에서 조금이라도 해이한 모습을 보인 후배들은 그날 저녁 어김없이 `군기 반장' 의 방으로 불려간다. "포스트 시즌에 나가야 될거 아니냐?" `나'만 있고 `우리' 혹은 `팀'이란 개념이 희박하던 예전엔 볼 수 없던 모습은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백감독은 지난 1월27일 미국 베로비치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선수들에게 올시즌 목표를 적어 제출하도록 했다. 작년 단골메뉴였던 `3할을 치겠다' `방어율 1위를 하겠다'는 등의 자기 희망을 적은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대신 `팀배팅에 주력하겠다' 혹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것으로 대체됐다. 원년부터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모래알'이란 꼬리표를 조심스레 떼어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올시즌 삼성 성적의 최대변수는 투수력도 타력도 아닌 `신바람난 팀 분위기의 지속여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