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배낭여행] 거지여행을 아시나요
기사입력 1997년 03월 08일 15시 44분
`거지여행'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거지여행'이란 배낭여행보다는 한단계 격이 높은 것으로 왕복항공권과 숙박만 여행사가 책임지고, 나머지 일정은 여행자 마음대로 결정하는 경제적인 여행을 말한다. `배낭여행'이 신세대들의 전유물이었다면 `거지여행'의 주된 대상은 20대후반부터 전 연령층을 망라한다. `알거지여행'격인 배낭여행에서는 최소한의 잠자리마저 보장받지 못해 노숙까지 하는 상황이 빈번하지만, `거지여행'은 최소한 유스호스텔급의 잠자리가 보장돼 몸가짐을 걱정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최근 기업체들의 경영난도 `거지여행'의 유행에 한몫 거들고 있다. 예년의 휴가철은 7, 8월에 집중됐으나, 최근 수당지급을 줄이기 위해 연월차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회사들이 늘면서 언제든 `거지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거지여행'은 그 경제성과 자유로운 여행방식으로 다양한 부류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연인들 사이에서도 `거지여행'은 큰 인기다. 잠자리외에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게 돼 그때마다 상대방의 감춰졌던 인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함께 보통 남녀별로 2∼3명이 한방에서 묵게 돼 주위의 의혹에 찬 눈길로부터 떳떳할 수 있고, 당사자들로서도 한결 심적 부담이 적어 가뿐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최근 남자친구와 거지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박승혜씨（26．여）는 "객지에서 잠자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뿐아니라, 여행에 앞서 `남자친구와 같은 방을 써야할지, 아니면 따로 방을 사용할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어 홀가분했다"고 예찬했다. `거지여행'은 부모와 자녀사이의 소원해진 관계를 치유하는 특효약으로도 이용된다. 모든 편의가 제공되는 패키지여행과 달리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을 자녀와 함께 대처해 나가다보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서먹했던 관계도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관광 김효중 기획차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여행수요가 크게 위축된데도 불구하고 `거지여행' 만큼은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며 "각 여행사마다 내걸고 있는 `프리스케줄', `구두쇠여행' 등도 `거지여행'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