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전희철] 최고 파워포워드 양보못해
기사입력 1997년 03월 08일 15시 39분
부모와 자식의 연배를 의미하는 세대（世代）는 대개 30년이지만 스포츠 세계에서는 보통 4년마다 세대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한국 농구의 경우 이같은 세대차가 현격히 드러난다. 대학시절 인기나 기량에서 절정기를 누리다 실업에 입단하면 주춤했던 게 지금까지 나타난 국내 농구의 풍토. `저승사자' （28．）과 `에어' （24．동양）은 조금 다르다. 4년이라는 세대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기량과 인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 은 를, 은 를 거치는 등 맞수 관계를 줄곧 유지해왔지만 정작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대학시절엔 한차례도 맞붙을 기회가 없었다. 4년이라는 세월이 그들의 충돌을 거부한 것. 하지만 한국 최고의 파워포워드라는 둘에게 운명의 날은 닥쳐왔다. 96년 4월22일. 코리안리그 마지막경기서 둘은 맞붙었고 81대67이라는 스코어가 말해주듯 결과는 아우의 완승이었다. 으로선 치욕의 날이었고 로선 정상에 우뚝 선 감격의 순간. 지난해 12월3일 농구대잔치. 그날의 쓰라림을 간직해왔던 형님 은 보란듯이 아우를 한수 가르치며 75대69로 승리했다. 그리고 프로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지난달 16일. 서로를 의식한 탓인지 정은 17득점, 전은 18득점을 올리는 부진을 보였지만 파이널 스코어는 109대100. 의 판정승이었다. 4번째 만남은 9일 오후 3시 대구 실내체육관. 두세번째 판을 내리 잡은 으로선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다. 요즘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지만 정재근에게만은 고개를 숙였던 도 "안방에서 만큼은 질 수 없다"며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슛을 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슛 셀렉션（Shoot Selection）, 감각적인 위치선정능력과 리바운딩, 세련된 코트매너. 이들에 대한 평가는 본지 한창도 해설위원의 한마디로 결말 난다. "두선수가 맞붙는 기회가 많을수록 한국농구는 그만큼 발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