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뜨거운 감자-오리지널 판화 규정안 마련
기사입력 1997년 03월 07일 14시 30분
그동안 국내 미술계에서는 판화를 둘러싼 시비가 심심찮게 있어왔다. 지난해만 해도 갤러리 서미가 지난해 5월미술축제 기간중 와 칸딘스키 복제판화를 오리지널로 팔았다 하여 로부터 제명처분을 받았고, 오윤 판화전을 연 학고재화랑과 한 미술잡지간의 소송중에도 대영박물관이 오윤판화 4점을 구입, 판화를 혼돈이 계속돼왔다. 이런 시비는 국내에 명확한 판화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더했던 것으로, 판화가 대중화되면서 판화규정의 필요성은 판화계의 질서와 보급차원에서도 강하게 요구돼왔다. 그런데 판화 및 복수예술을 둘러싼 논쟁시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것으로 보이는 `판화규정'이 마련돼, 앞으로 판화 시장의 질서가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화미술진흥회가 6일 `97서울판화미술제' 개막식에서 한국현대판화가협회(회장 한운성), 판화분과위원회(회장 홍재연)와 기본안에 일단 합의한 `오리지널 판화에 관한 규정'을 발표한 것.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엔나 규정' ` 규정'을 따른 이 판화헌장을 보면, 판화를 크게 `오리지널 판화'와 `논_오리지널(non_original) 판화'로 나누고, 논-오리지널 판화는 다시 `사후판화'`복제판화'`모노타입'`부조판화' 등으로 나누고 있다. 오리지널판화는 △작가가 직잡 제판작업을 하고 △판을 찍을 때는 작가의 책임하에 이뤄져야 하며 △작가의 친필사인과 일련번호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작가 보관용인 AP판은 전체의 15%로 하며, 에디션이 끝난 판에는 `CP(Cancellation Proof)' 표시를 하도록 했다. 또 오리지널이 아닌 논-오리지널 판화에 속하는 `사후판화'는 오윤판화처럼 작가 사후 남겨진 판으로 찍은 판화로 판화논쟁의 대표적인 예. 유럽과 일본에서 통용되는 개념이 도입된 `사후판화'는 작품 일련 번호를 표시할수도 있으나 작가 사인 대신 유족 혹은 관리자의 책임하에 찍었음을 명기하도록 했다. 역시 논란이 돼온 `복제판화(리프로덕션)'의 경우, 색분해 등의 방법과 인쇄기법으로 원작품을 복제한 것 혹은 원작품을 제3자에 의해 제작한 것 등 두 종류로 구분하고 비록 매수가 제한되고 작가 사인이 있더라도 오리지널과 구분하기 위해 별도로 공방 혹은 프린터의 이름을 명기하도록 했다. 판작업이 없는 드로잉을 전문가에게 건네줘 판화로 찍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또 모노타입은 복수제작이 불가능한 일회적인 판으로 찍은 판화를 일컬으며, 부조판화는 볼록 혹은 오목판 위에 지형 방법으로 떠낸 판화를 명명한다. 한국판화미술진흥회 김태수 회장은 "앞으로 이 판화 규정을 통해 판화 시장이 정리되고 매매시에 시비가 일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 세부사항 등은 차차 정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한운성교수(서울대)는 8일 오후 총회를 열고 이 시안에 대한 최종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