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최지우, 생고기 못썰어 NG 25번
기사입력 1997년 03월 07일 14시 28분
연기자는 연기자일 수 밖에 없는 `끼'를 갖추고 있다.
어려운 일이라고는 눈곱만치도 할 수 없이 보이는 청순 가련형의 최지우도 역시 그 부류.
정육점 주인으로 열연한 영화 `박봉곤 가출 사건' 촬영때의 일.
촬영 장소는 분당에 있는 아파트 단지내 상가 정육점.
냉동이 안된 20근 정도의 돼지고기를 기세좋게 도마에 내려 놓고 손님의 주문에 응하는 장면.
18㎏ 정도의 무게. 냉동이 안돼 제멋대로 `흔들흔들', `덜렁덜렁'대는 돼지고기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소름이 끼칠 노릇. 그런데다가 NG가 나면 상대적으로 더욱 더 무거워 질 수 밖에. 가중치가 붙는다.
"지우야！ 그 동작이 그렇게 안돼? 벌써 몇번짼 줄 알아?"
김태균 감독이 어림잡은 NG숫자를 들어 최지우를 힐난하자 눈치 없는 스태프 중에 한사람이 정확한 숫자를 들이댄다.
"감독님！ 정확히 스물 다섯번짼데요."
"최지우！ 스물 다섯번째래잖아！ 스물 여섯번으로 끝내！ 레디. 액션！"
그러나 26번째로 끝나겠다는 것은 감독의 의지일뿐. 계속되는 NG의 대행진.
"NG！ 최지우！ 이 장면 하나로 필름 다 말아 먹을거야！ 에이. 다시！"
스태프들도 기운이 쇠잔. 축 처진 상태. 잡아 먹은 시간은 무려 6시간여. 그러나 김감독 기운도 좋다.
연방 `다시！', `액션！'의 연속. 최지우는 돼지고기와의 전쟁 선포！ `끼' 발동. 그렇지만 돼지고기를 들었다 놓았다 수십차례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한 최지우. 이제는 팔이 아파 들지도 못한다.
어쩔 수 없는 김감독. 포기 선언.
"잘되든 잘못되든 이번이 마지막이야！ 안되면 지금까지 찍은 필름 중에서 골라 쓸 수밖에. 최지우！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봐！ 카메라 스타트！ 레디, 액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입을 악다문 최지우의 마음가짐이 주효했을까?
아니면 지친 돼지의 영혼이 도왔을까? 최지우는 드디어 해내고 만다.
12시간을 잡아 먹고 돼지고기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반복 작업이 무려 100여차례.
하루 종일 한 장면에 힘을 탕진한 스태프들이 `기운을 찾자'며 식당에서 주문한 식단은 공교롭게도 돼지 삼겹살이다.
이를 거침없이 먹어 치우는 최지우를 본 김감독 기가 막힌다.
"최지우！ 돼지고기 질리지도 않아?"
"감독님！ 저 지금 먹는게 아니구 원수 갚는 거라구요！ 쩝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