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곤증] 점심뒤 심한 이유는?
기사입력 1997년 03월 06일 14시 30분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왜 졸릴까. 섭취한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많은 피가 위장으로 몰려 뇌로 가는 피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처럼 점심식사 후 찾아오는 졸음을 흔히 식곤증으로 부르는데 이는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점심식사후의 졸림현상이 아침식사나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의 졸림에 비해 더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수영교수는 "이는 우리몸의 `생체시계'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체온은 밤 12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가장 낮으며 그 다음으로는 낮12시를 전후해서 낮다고 한다. 인간의 신체기능은 대략 24시간을 주기로 바뀌는데 점심시간을 전후해 자동적으로 인간의 몸은 야간과 비슷한 상태로 변하기 때문에 이때 가장 심하게 졸립다는 것이다. 이같은 생체시계는 지구의 자전으로 인한 낮과 밤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겨난다. 그러나 인간의 생체시계는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겨난 소극적인 반응이 아니다. 낮과 밤의 구별이 전혀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도 생체시계는 여전히 작동해 여러가지 생리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의 빛과 어둠의 구별이 없는 상태에서는 인간의 신체주기가 25시간으로 24시간보다 1시간 연장해 맞춰진다는 것. 김교수는 "하루의 주기를 짧게 하는 것보다 길게하는 것이 훨씬 견디기 편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원래 잠자는 시간이 밤 11시에서 이튿날 아침 6시까지인 사람이 수면시간을 밤 12시에서 아침 7시까지로 바꾸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밤 10시에서 아침 5시로 바꾸기는 힘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