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커슨] 굴러온 복덩이
기사입력 1997년 03월 05일 14시 49분
지난해 11월 미국 에 열린 （） 용병 드래프트.
기업은행을 제외한 7개구단이 드래프트에 참가, 각팀당 2명씩 원년 프로농구를 빛낼 이방인들을 차례로 지명했다.
당시 부산 기아는 운좋게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가장 먼저 클리프 리드（27）를 뽑았다.
1라운드의 역순（逆順）으로 진행된 2라운드에서 기아는 당연히 가장 마지막 순번.
최후의 낙점을 받은 로버트 윌커슨（23．1m93）이 막차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낯선 땅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윌커슨은 프로농구 개막후 리드와 함께 더블 포스트를 형성, 철옹성처럼 골밑을 지켰다.
하지만 팬들이나 매스컴의 관심은 주로 화려한 개인기로 코트를 누빈 리드에게 집중됐다.
윌커슨의 경우엔 경기시작전 "월커슨"으로 잘못 소개될 때가 많을 정도로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밑에서 묵묵히 `항공모함'의 추진력이 된 윌커슨이 마침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수면 위로 부상했다.
4일 대전에서 벌어진 현대와의 원정경기서 양팀 통틀어 최고인 27득점 18리바운드 4가로채기를 올리며 역전승의 주역이 된 것.
2쿼터까지 팀득점（37점）의 40.5％인 15득점과 팀리바운드（20개）의 55％（11개）를 잡아내며 경기초반 홀로 공－수를 이끌었다.
접전을 벌이던 4쿼터엔 결정적인 가로채기 2개를 성공시켜 승리를 향한 원동력을 제공했다.
고전 끝에 값진 승리를 확인한 기아 최인선 감독은 코트를 나오는 윌커슨과 뜨겁게 포옹하며 이날의 혁혁한 전과（戰果）를 축하해 줬다.
기아는 농구대잔치 시절 등 우수한 센터진을 앞세워 7차례 우승신화를 연출했던 명문구단.
막차탑승해 한국프로농구에서 성실한 골밑 플레이를 과시하며 `선수（船首）'를 차지한 윌커슨.
이제 그는 기아 센터의 계보를 이으며 원년 프로농구 패권을 일궈낼 주인공으로 당당히 자리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