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공끝 춤추네
기사입력 1997년 03월 05일 14시 44분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현대 박정현（28）의 가슴에 봄이 오고 있다.
지난 89년 19승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이후 4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달성하기까지 박정현은 한국 최고의 잠수함 투수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부상과 부진으로 4년여를 환희의 뒤쪽에서 지냈다.
아무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박정현은 지난해 11월 선수생명을 건 도박을 단행했다.
허리와 무릎에 부담이 가는 언더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변신한 것.
그 결과 불안하던 제구력이 안정되고 직구 스피드가 135㎞까지 올라가 공끝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플로리다 전지훈련의 호투는 코칭스태프마저 놀라게 한다.
지난달 25일 볼티모어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을 시작으로 청백전, 텍사스전, 파이어리츠전에 연속 등판해 2이닝씩을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4일 열린 파이어리츠전에서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127경기를 뛰며 2할7푼4리, 13홈런을 기록한 강타자 마크 존슨을 삼진으로 잡아내기도 했다.
연습경기서 4차례 마운드에 올라 9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제로.
하기룡 투수코치는 "놀랄만한 변신"이라며 "당장 선발자리는 몰라도 중간계투로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자신 있습니다. 어떤 임무가 주어지든지 상관없이 아직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컴컴한 동굴에서 막 빠져나온 박정현이 플로리다의 푸른 잔디위에 땀을 쏟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