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결혼 하고싶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05일 14시 41분
"빨리 결혼하고 싶습니다. 야구를 이해하고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여자면 언제든 결혼하겠습니다."
97년 시즌 선발 진입이 확실시 되고 있는 （24．ＬＡ ）는 5일 스프링 트레이닝을 벌이는 베로비치 다저타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일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와 바람 잘 날이 없는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는 "처음에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다슬이（의 역）같은 여자를 배우자로 삼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똑똑하고 내조를 잘할 수 있는 여자가 있으면 하루빨리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진출 4년만에 놀랍게 성장한 모습으로 구단 관계자들을 흡족하게 만들고 있는 는 이날 자신의 변신과 성장,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 여성관, 결혼, 올 시즌에 대한 목표 등 메이저 리그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자신의 오늘의 삶을 진지하게 털어 놓았다.
-스프링 트레이닝도 절반이 지났는데 현재 컨디션은.
▲벌써 절반이 지났어요? 하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경기를 치르게 되니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지난 2주간 몸만들기에 전념했으니 이제 좋은 컨디션을 실전에 적용하고 감각을 익힐 단계입니다.
-4번째 스프링 트레이닝인데 지난 3번과 차이가 있다면.
▲매년 정신적으로 점점 안정돼 갑니다. 이제는 낯설움도 없어지고 `가 진짜 내 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팀 미팅에서도 수월하게 내용을 이해하고 파악하니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차질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안정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수로서의 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사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메이저 리그 타자들이라고 하면 겁부터 났습니다. 이제는 어떤 타자든 내가 빠른 공을 제대로 던지면 못 친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물론 강타자들과의 많은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이며, 앞으로도 많은 경험을 통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믿습니다.
-투수로서 가장 큰 변화라면.
▲제구력입니다. 이제는 던지고 싶은 곳에 어느 정도 공을 꽂을 수 있는데 꾸준한 훈련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 파워가 강해진 것도 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도 제구력에 큰 몫을 합니다.
-첫번째 등판 후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인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구단에서 나를 투수로 만들기 위해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배려한 것이 결실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항상 단순히 공을 던지는 것（throwing）과 투구（pitching）를 한다는 것이 큰 차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제 조금씩 이해가 갑니다.
-그동안 고비도 많았을텐데.
▲어렵고 자신이 없었을 때 낙오되지 않은 것이 큰 다행입니다. 마이너 리그에서도 잘 안될 때는 `나는 도저히 실력이 모자라는 것이 아닌가'하고 귀국까지 생각하며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구단의 훈련을 충실히 따르고 자율 훈련을 꾸준히 한 것이 살아남는 수단이었습니다. 조금 우직하고 미련한 성격이 도움이 됐다고 할까요.
-주위에서는 올 시즌 선발이 거의 굳어졌다는 평인데.
▲아직 그런 생각은 안합니다. 꼭 선발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메이저 리그 투수로서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을 뿐입니다.
물론 선발이 될 경우에 대비해 준비는 하고 있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생각입니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지.
▲일단은 `아직도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을 절대 듣지 않는 것입니다. 투구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다보면 자연히 이닝 수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투구든 결정구를 자신있게 던져야 겠습니다.
투스트라이크 후에 쓸데없이 버리는 공은 없앨 것입니다.
-그래도 투수로서 승수라든지 삼진, 이닝 등 목표가 있을텐데.
▲그런 것들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잘하면 승수나 삼진 등은 자연히 쌓이는 것입니다. 전에는 항상 큰 것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규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몇승을 하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매 게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이 발전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지.
▲10계단이 목표라면 이제 두세 계단 정도 올라선 느낌입니다. 고참들과 운동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전보다 훨씬 안정되고 자신감이 있으며, 상황 처리 능력이 향상됐습니다.
-경기 외적으로 힘든 점이라면.
▲외로움이라는 대전제가 항상 따라다닙니다.
-곧 어머님이 오시면 많이 해결될 것으로 보는지.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나 24세 젊은이로서 야구에만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 때로는 많이 외롭습니다.
-입단 동료인 팀 드라이포트가 팀 파티에 약혼자와 나타난 것을 보고 상당히 부러워하던데.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빨리 결혼을 해야겠다고 했더니 어머님께서 오신다고 했습니다.（웃음） 어머님은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하라고 하시는데 아직도 내가 어린 아들로만 생각되시는 모양입니다.（웃음）
-여성관은.
▲나를 도와줄 수 있고 이해해주는 여성이 있으면 빨리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런 여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사귀는 여자 친구는 있는지.
▲여자 친구는 커녕 같이 마음이 통하는 한국 친구를 사귀기도 힘듭니다. 1년 내내 야구에만 매달리다 보니 사람 만나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외로운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팬들이 보내는 성원이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다른 선수들은 그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뛰지만 나는 국민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뜁니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 나를 아끼고 성원해주시는 팬들이 항상 곁에 있으니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 줍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주 행복한 사나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국 팬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항상 감사합니다. 메이저 리그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투수가 될 자신이 있으며, 꾸준히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