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여장부 가슴에 움트는 봄
기사입력 1997년 03월 05일 14시 26분
멀리 제주에서 유채꽃 소식이 들려올 때 쯤이면 봄은 벌써 우리곁에 성큼 다가서 있다.
목련처럼 싱그럽고 우아한 `봄의 전령'.
봄을 맞은 탤런트 채시라(28)가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환한 미소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러고 보니 TV 수목드라마 `미망'(연출 소원영)에서 그려내는 여주인공 `태임' 마저 분위기를 바꾼 느낌이다.
구한말 개화기 신문명 교육을 받고 동해랑의 주인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가는 위풍당당함도 완연한 봄기운에 밀려 소녀처럼 부드럽고 포근하다.
"모처럼 한가한 틈을 냈어요. `미망' 녹화가 주로 야외에서 이뤄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거든요."
방영 초기 충북 보은을 주무대로 1주일에 한번꼴로 야외촬영을 한데 비해 요즘엔 2∼3번씩 용인 민속촌을 오가야하는 까닭이다.
대신 중반부터 드라마가 상승세를 타면서 시청자들이 `태임'에게 보여주고 있는 기대 이상의 높은 관심도는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내용은 한일합방 직전의 1910년 전후를 배경으로 구한말 개성상인의 대를 이은 동해랑의 태임과 이를 독차지하려는 하야시의 대결.
조선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여인 `태임'이 일본 침략의 앞잡이 하야시와 벌이는 자존심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겹치기 출연조건을 피할 수 없는 정상급 스타이면서도 늘 한편의 드라마만을 고수해온 채시라.
그녀는 자신의 대표 드라마격인 `여명의 눈동자'나 `아들의 여자'의 여옥 채원에 이은 또 하나의 완벽한 인물상을 그려냈다.
"태임은 여성의 몸으로 외세에 맞서 인삼거부 집안을 당돌할 만큼 차갑게 이끌어가는 무서운 여자예요."
이번 드라마속의 인물 `태임'을 통해 닉네임 처럼 붙어다니는 `프로연기자'의 면모를 다시한번 증명해 보인 셈이다.
`미망'은 원작의 탄탄한 극구성과 소원영 PD의 짜임새 있는 연출력에 매력을 갖고 가 일찌감치 욕심을 냈던 작품이다.
채시라는 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4월까지 일체의 스케줄을 잡지 않은 채 `미망'과 전속중인 `011'과 국내 CF사상 최고의 개런티를 기록한 의 `해조미인' 촬영에만 전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