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1-2점은 내줘라 보복이 두렵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04일 15시 35분
"퍼펙트세트 승을 거두지 마라！" 15－0. 15점 상한제의 배구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한 세트 최고의 점수차다. 이른바 퍼펙트세트로 불려지는 15－0의 스코어는 기량차가 크지 않은 실업팀에선 좀처럼 나오지 않는 점수다. 그러나 감독들은 이 퍼펙트세트 승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꼭 상대팀의 손을 봐주겠다는 마음이 없는 한 감독들은 14－0으로 리드하고 있을 때 "1∼2점은 내주라"며 선수들에게 은근한 주문을 한다. 한 세트에서 단 한 점도 얻지 못하고 셧아웃의 수모를 당하는 팀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동업자 의식도 깔려있지만 언젠가의 `보복'을 더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97배구 슈퍼리그에서 `무심코' 퍼펙트세트 승을 거둔 와 정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일 슈퍼리그 최종결승 여자부 2차전 3세트서 선경에 0－15의 수모를 안긴 정유는 이것이 역전패의 빌미가 될 줄을 미처 몰랐다. 3세트가 끝난 후 벤치로 돌아온 장소연 김지연 등 선경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보복'을 다짐했다. 그리고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15－7로 4세트를 따낸 선경은 마지막 5세트서 15－12로 승리, 슈퍼리그 7년연속 우승을 꿈꾸는 정유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남자부 역시 이번 대회 1차대회서 별생각없이 슈퍼리그 6회우승팀 고려증권에 퍼펙트세트 승을 올렸다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2차대회 우승을 놓치는 낭패를 당한 것. 1차대회 삼성전 2세트서 굴욕적인 0－15를 기록하며 1대3으로 패했던 이수동 이병희 등 고려증권 선수들은 2차대회서 전승우승을 코앞에 두었던 에 3대1로 승리, 딴죽을 걸었다. "어린 후배들이 하늘같은 선배들에게 퍼펙트 패의 수모를 안겨…." 고려증권 선수들은 "는 반드시 손을 봐야한다"며 이를 갈았던 것이다. 15－0의 숫자놀음에 도취되기 쉬운 퍼펙트세트 승. 하지만 승자는 `후환'을 두려워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