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방지섭] 내가 세터왕
기사입력 1997년 03월 04일 15시 34분
우승의 열쇠는 세터가 쥐고 있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듯 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97한국배구 슈퍼리그 남자부 최종결승서 맞붙은 현대자동차서비스 세터 김성현（26．1m87）과 방지섭（23．1m92).
삼성－현대 양대 재벌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슈퍼리그 우승은 이들의 손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산 중앙고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일약 스타대열에 합류한 대표적인 선수들. 두 선수는 이번 슈퍼리그에서 "형님먼저, 아우먼저"를 외쳐대며 토스정확률 1,2위를 다투며 새로운 `신의 손'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전까지 `신의 손'으로 군림하던 이성희（고려증권）와 김경훈（대한항공）은 이들의 공세에 빛을 잃었다. 1,2차대회 적에서 방지섭은 총 2천103개의 토스 가운데 747개를 완벽하게 처리, 정확률 35.52％로 김성현（35.27％）을 근소하게 제치고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방지섭은 이를 바탕으로 최종결승에서도 삼성의 `신생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성균관대 졸업반인 지난해 11월말 에 입단, `월드스타' 과 호흡을 맞춘 지 불과 3개월 남짓이지만 `찰떡궁합'소리를 들으며 을 철저히 `내조'하고 있다. 김성현은 현대가 최종결승 1∼2차전에서 모두 패하자 "모두 내탓"이라며 심한 자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초반 2연패는 세터의 잘못이 아니었다. 현대 수비수들이 신진식 등 삼성선수들의 강서브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해 서브리시브 라인이 붕괴된 까닭이다. 세터는 수비수들이 건네주는 리시브볼이 안정돼야 제대로 된 토스를 할 수 있다. 1년 때 배구를 그만두고 중국집 철가방까지 드는 `잡초 인생'을 살았던 김성현. 현대차써비스는 그의 끈질긴 승부근성이 바탕이 돼 97슈퍼리그 뒤집기 우승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