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보람에 산다' KBL 사람들
기사입력 1997년 03월 04일 15시 32분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사람.' （） 사업－홍보팀장 곽노식씨（41）의 별명이다. 곽팀장은 결코 지독한 구두쇠거나 매몰찬 냉혈한이 아니다. 오히려 이웃집 아저씨같은 수더분한 인상이다. 곽팀장의 손끝은 웬만한 기타리스트들보다 딱딱하다. 또 팔뚝은 온통 주사바늘 투성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혈액을 채취해 혈당을 재다보니 그의 팔뚝과 손끝에서 바늘자국이 가실 날이 없었고 손끝은 감각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광고회사에서 청춘을 바치다 발병한 당뇨병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곽팀장은 그저 농구가 좋아 지난 1월 7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에 입사했다. 그러나 노동 강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는 광고회사 업무는 출범 초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의 작업과는 견줄게 못됐다. 결국 수그러들었던 혈당치가 에 들어온 뒤 다시 악화돼 심할 때는 정상인의 4배가 넘는 480까지 나왔다. 입사 후 2개월 동안 외아들 동신（10）의 잠들지 않은 얼굴은 본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의 공식 첫 휴일이었던 지난 3일도 업무협조를 위해 외출해야 했다. 지난달 중순 경기통계부장 조춘식씨（50）는 조간신문을 뒤적이다 갑자기 글자가 2개로 보이더니 시야가 뿌옇게 됐다. 안경 쓴 사람이 없는 집안 내력 덕에 시력 만큼은 50줄이 되도록 1.5를 유지해 왔건만 결국 조부장은 대학생인 아들 경원（22）의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 안과 구경을 했다. `신경성 난시'. 프로농구 출범 이후 달라진 기록 양식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조부장은 그날 이후 두툼한 금테안경을 착용하는 처지가 됐다. 기록담당 김정현씨（34）는 요즘 본의 아닌 다이어트에 성공, 여직원들로부터 부러움을 산다. 10여년간 유지해왔던 몸무게 60㎏이 프로농구 출범 이후 빠지더니 2주전엔 54.5㎏까지 준 것이다. 그래서 근래에는 목욕탕에 가더라도 저울 근처에는 아예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 역시 출범 초기 바람 잘 날 없는 기록지 탓에 두다리 쭉 펴고 잠 한번 청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들 세사람의 얼굴엔 고달픔은 찾아볼 수 없고 프로농구 원년 역사를 창조한다는 뿌듯함만이 배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