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헌] 사구공포 떨쳤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04일 15시 32분
"앞으로 더 바짝 붙어."
현대 （26）이 타석에 들어서자 곧바로 이선웅 타격코치의 고함이 터진다.
마운드를 바라보는 의 눈빛도 유난히 날카롭다.
마치 공을 잡아 삼킬듯한 기세다.
투수는 계속 몸쪽 공을 찔러대지만 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공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거리던 지난해의 끔찍했던 악몽이 호쾌한 타구에 실려 멀리 오렌지밭 사이로 날아가 버린다.
95년 팀 유일의 3할타자를 지난해 2할6리의 평범한 타자로 추락시킨 주범은 다름 아닌 사구.
연이어 얻어맞은 공에 손목뼈가 부러지고 자신감은 땅에 떨어졌다.
남은 것은 공에 대한 두려움 뿐이었다.
전지훈련에서 그에게 부여됐던 제1과제가 바로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
공을 피하지 않고 일부러 맞는 특훈까지 실시한 결과 이제는 달려들며 공을 바짝 붙여놓고 때리는데 성공했다.
사라졌던 자신감이 다시 솟아오르면서 타격감각까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감독은 "준헌이가 6번자리에 서줘야 타순의 짜임새가 생긴다"고 말하고 "공만 피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연습생 신화는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주춤했을 뿐입니다."
지난해의 부진과 게으름을 스스로도 부끄러워 하는 의 새로운 도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