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마낙길-야생마는 살아있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03일 15시 37분
생고무같이 탄력 넘치는 공격, 지난 90년 당시 최고의 몸값인 2억원에 현대자동차써비스에 입단해 배구계를 놀라게했고, 87년 바레인 세계청소년 배구선수권대회 우승멤버로 오빠부대의 우상….
`길들여지지 않은 남자' 야생마 （馬樂吉．29）이 돌아왔다.
자신의 포지션인 라이트경쟁에서 낙마（落馬）, 벤치 신세로 전락했던 그가 마침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 2일 97한국배구 슈퍼리그 남자부 최종결승（5전3선승제） 3차전이 벌어진 잠실학생체육관.
이미 2연패（連敗）의 벼랑끝에 몰린 현대 감독은 삼성화재 벤치에선 잊혀진 이름 ` 카드'를 뽑아들었다.
왼쪽공격수 하종화 대신 스타팅멤버로 투입한 것.
일순 삼성 벤치에선 동요가 일었다.
"이라…. 글쎄 될까?"
하지만 `야생마'는 30줄에 들어서도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체력이 뚝 떨어져 축 늘어진 후배들을 추스르며 코트를 휘젓기 시작했다.
3세트서 하종화와 교체될 때까지 결정타를 날리며 5득점 11득권.
서브리시브도 수훈갑이었다. 35개의 서브를 받아 23개를 완벽하게 처리, 성공률 65.71％.
감독은 경기직후 "팀을 벼랑에서 끌어올린 선수는 이었다. 역시 큰선수는 큰경기에 강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후배 후인정（1m98）과 주전경쟁에서 밀린 것은 배구 공격수로는 작은키（1m86）가 한몫했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보다 3살이나 위인 최천식（32．1m97）이 대한항공의 간판공격수의 뛸 때 벤치에 앉아 명예회복을 곱씹어야 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불명예 퇴장은 있을수 없다.'
그리고 그는 결정적일때 돌아왔다.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