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예선] 결과는 만족 내용은 찜찜
기사입력 1997년 03월 03일 15시 30분
`결과는 좋았지만 내용은 미흡했다.' `차범근 사단'의 월드컵 예선 1차전 성적표다. 출범한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선 부담스런 어웨이 경기란 점을 감안해도 월드컵 대표팀의 `프랑스로 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비록 약체 홍콩과 태국을 상대로 한 2경기를 모두 이겨 당초 목표했던 승점 6은 확보했지만 한국 축구의 매서운 맛을 보여줬다기 보다는 오히려 이들 두팀에 `한국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줘 2차전에 대한 전의를 부추겼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월드컵팀의 1차전 고전 이유는 우선 확실한 게임메이커 발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은 홍콩전에 게임메이커로 ` 카드'를 뽑았으나 윤이 의외로 부진, 후반 유상철과 교체됐고 이후에는 줄곧 유상철에게 한국팀의 플레이 조율을 맡겼으나 유상철 역시 기대치에 미흡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팀의 플레이는 조직력을 가지고 움직이기 보다는 선수 각자의 개인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결과는 흐름이 파괴된 임기응변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다음은 한국 축구의 만성적 질환인 수비 조직력이 이번에도 여전히 허점 투성이었다는 점이다. 홍콩전서 최영일－김현수－유상철을 포진시켰던 차범근 감독은 태국전서는 최영일－이상헌－로 대폭 교체했지만 불안감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여기에 부동의 주전 GK 의 `기행（奇行）'도 수비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약체 홍콩전에서 번번이 수비 조직이 와해된 것과 태국전에서 38세 노장 피아퐁에 동점골을 내준 것도 결국 수비 라인의 이러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경기서 5골을 뽑아내 외형상 합격점을 받은 공격진도 차범근 감독 특유의 `색깔'을 보여 주기에는 미흡했다. 비록 신예 （19．수원 삼성）가 호주 4개국 친선대회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기대주로 부상했지만 한국 축구가 아직 그에게 의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차전 고비를 넘긴 한국은 홈에서 벌어질 2차전도 승리가 예상되지만 각조 1위팀들이 맞부딪치는 최종 예선전（10월 22일∼11월 8일．장소 미정）을 위해서는 한국 축구 특유의 색깔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차범근 감독 자신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