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야구보기] 다저스타운구장 관리인의 프로정신
기사입력 1997년 03월 03일 15시 13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아름답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훈련 캠프인 다저타운에서 만난 운동장 관리인의 모습은 경의를 표할 만큼 멋있었다. 미국의 남단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다저타운은 메이저리그 28개팀（아메리칸리그 14, 내셔널리그 14） 중 유일하게 LA 다저스가 소유한 훈련 캠프로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가 속한 다저스와 함께 삼성 라이온즈가 5번째 스프링 캠프를 차려 국내 팬들에게 생소하지 않은 다저타운의 시설은 단연 최상이다. 지난 48년 2차대전 당시 해군 비행장으로 이용했던 곳에 야구장을 닦은 베로비치의 유지인 버드 홀맨이 다저스를 초청하면서 스프링 캠프지가 된 다저타운은 가장 미국적으로 다듬어졌다. 홀맨의 이름을 딴 `홀맨 스타디움'은 44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군막사를 사용하던 초창기와는 달리 요즘에는 90개의 빌라가 들어서 선수단의 숙식을 책임지고 있다. 다저타운 중앙에는 대형 오피스 건물이 서 있는데 그 곳에는 메이저와 마이너 리그 클럽하우스를 포함해 트레이닝 룸, 장비실, 식당, 기자실 및 인터뷰실, 다저스 사무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90년 건립했다는 대형 실내 연습장에는 4개의 타격 훈련장과 최신 장비의 체력단련실, 훈련용 비디오실 등 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다저타운의 주경기장인 홀맨 스타디움은 6천500석 규모로 늘렸고 4개의 정규 사이즈의 연습장과 2개의 절반 사이즈 구장 및 6개의 보조구장도 손색이 없다. 다저타운에는 야구장 외에도 18홀과 9홀 규모의 골프장을 비롯해 테니스장, 수영장, 영화관, 게임룸까지 겸비하고 있다. 지난달 말 황색 특급 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의 시설을 본다는 설레임속에 다저타운에 들어서자 갑자기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몰리더니 비가 퍼부었다. 훈련을 하던 선수들이 철수하는 틈을 타, 관리인들은 신속한 동작으로 운동장 내야를 천막으로 덮었다. 지나가는 비가 20여분만에 그치고 먹구름 사이로 해가 나오자 천막을 걷은 관리인들은 젖은 운동장 손질을 시작했다. 천막에 구멍이 나서인지 유격수 자리에 4㎡쯤이 흠뻑 젖어 있었다. 그들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미리 갖추고 있던 마른 흙을 가지고 와 젖은 부분을 걷어 내고 교체했다. 그러더니 다지기 시작했고 공을 가지고 와 튕겨가며, 수리를 하지 않은 곳과 비교해 똑같다는 판단을 하자 비로소 일을 마친다. 그일 뿐만 아니다. 훈련 배팅을 위한 시설인 안전망과 함께 피칭머신 설치까지 일순간에 마쳤다. 선수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신속하며 정성까지 담아 뒷바라지를 한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비가 와도 끝까지 경기를 한다. 태풍이 온다거나 천재지변이 없는 한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정규 경기를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팬들을 위해서는 경기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운동장 관리인들이 메이저리그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운동장을 관리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닐까. 작년 시즌 경기시작 12시간전에 18분 동안 비가 온 것을 가지고 경기를 하지 못한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을 보면서 미국과 한국 야구인들의 자세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저리그가 최고봉이 된 것은 바로 장인 정신의 `그늘 속의 주역'이 있기 때문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