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한국 산수화의 대가 이상범 회고전
기사입력 1997년 03월 03일 14시 38분
우리의 정겨운 산하풍경을 한국인의 보편적 미의식, 정서로 예찬한 근대한국화단의 거목 청전 이상범(1897∼1972). 관념적인 중국화풍을 거부하고, 우리의 자연을 부드럽게, 그러나 큰 감동과 여운으로 노래함으로써 `한국산수화'의 새지평을 연 거인. 그의 탄생 100주기, 서거 25주기를 맞아 청전 예술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14일부터 4월 20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마련된다. 대표작 70여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회는, 초기작부터 연대기적으로 전시돼 독자적인 양식이 확립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도록 꾸며진다. 3m가 넘는 대작이 10여점 포함된 것을 비롯, `무릉도원'(1922) 등 미공개 작품도 절반 정도 포함돼 있다. 또 기록으로만 전해오던 `충무공 영정'이 충렬사 협조로 전시되고, 신문－잡지의 삽화, 초년기의 인물스케치, 유품 등이 공개돼 청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충남 공주시 석송리에서 이승원의 4남1녀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청전은 1914년 18세에 서화에 입문해 1972년 75세의 나이로 작고하기까지 경제적 궁핍과 어려운 시대상황 속에서도 평생을 오직 그림에만 몰두한 타고난 화가였다. 한국전통회화의 대표격인 `6대가'의 한사람으로 평생 5천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으나, 남앞에 내세우기를 꺼리는 성격이어서 52년 피난시절 대구에서의 소품전 외에는 생전에 제대로 된 개인전 한번 연적이 없었다. 그런가하면 민족정신으로 가득해 삽화가를 지냈던 1936년, 손기정 선수의 올림픽 마라톤 우승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워 고초를 당했는가 하면, 강제 사직후에 배를 곪으면서도 민족의 영웅 충무공의 영정을 며칠씩 밤을 세워 그린 일화를 남겼다. 1949년부터는 미대 교수로 부임, 후진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이름 끝자가 영－웅－호－걸로 끝나는 청전의 네아들 중 막내인 이건걸 교수( 동양화과)는 "자식으로 아버님을 위해 뭔가 하려했으나 혼자힘으로 벅차던차에 호암미술관의 많은 도움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밝히고 "이번 기회에 아버님의 유품이 도난, 망실되지 않도록 호암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기증유품은 청전의 낙관을 비롯, 붓을 비롯한 화구 일체와 생활도구, 일제시대 `문화인증' 등에 이른다. 전시 출품작으로 `초동(初冬)'(1926) `모운(暮韻)'(1946) 그리고 10폭 병풍인 `만추산야'(1937), `조(朝)'(1954), 금강산을 그린 `춘경'(1959)과 `추경'(1959), `유경(幽景)'(1960) 등이 있다. 한편 28일 오후 2시 삼성본관 3층 국제회의식에서는 `청전 이상범의 시대성과 독자성에 관한 재고찰'을 주제로한 심포지엄이 열린다. 751-5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