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서봉수9단●김만수2단
기사입력 1997년 03월 03일 13시 57분
총보(1∼253)＝97년 벽두를 강타한 핫뉴스는 뭐니뭐니해도 서 9단의 `진로배' 9연승이다. 그간 국내의 부진을 한꺼번에 만회라도 하듯이 역발산의 기력을 발휘하며 중－일 강호들을 추풍낙엽 떨구듯 모조리 물리쳤다.
93년 `응씨배'우승 이후 그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환희일 것이다. 이처럼 국내의 무관인 서 9단이 국제대회에서의 대활약은 바로 우리 바둑계의 무한한 잠재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흐뭇한 쾌거.
세계를 경악시킨 그도 김 2단같은 저단진 신예에게 이 판처럼 무릎을 꿇고 마는 것이 오늘 우리 바둑계의 현실이다.
그만큼 우리도 층이 두터워졌으며 특히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김 2단과 같은 신예들의 잠재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휴화산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김 2단은 이 판을 이겨 올 첫 본선진출을 이뤘으며 `대왕전'에서도 김수장 9단, 임선근 8단, 김일환 6단 등 고단진 숲을 헤집고 기어이 본선의 문을 두드리는 저력을 보였다.
결코 이 판에서 서 9단을 이긴 것이 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활약이 아닐 수 없다.
초반 백 36으로 뛰어든 수가 성급했다. 140에 삭감하고 흑 123으로 받을 때 백 46으로 젖혀가는 구상이 유연했다. 또한 백 42도 45에 끊을 자리. 백 44도 `보리선수'. 211에 붙이는 끝내기 맛을 자청해서 없앤 꼴이다.
51까지 초반 흑 우세의 국면.
중반들어 백 66．68도 이상감각. 그냥 68에 뻗고 흑 67 때 백 75로 머리를 내밀 곳. 84까지 쌈지를 뜨고 산 꼴이 되어서는 국면을 또다시 그르친 셈.
이후 백의 야금야금 추격전이 벌어졌는데 그 원인은 흑으로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을 뿐 아니라 연속 실기를 범한 탓. 먼저 흑 121. `가'로 끊어 반발했으면 쉽게 끝낼 수 있었던 곳.
이어 흑 125가 결정적 실수. 만약 이 판을 흑이 졌으면 패착이 될 뻔한 수였다. 무조건 126에 막을 자리. 백이 126에 둘 수 있어서는 형세역전. 그런데 백 138로 공격한 수가 과수.
이후 백은 공격의 대가를 찾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만 자초해 무너졌다. 서 9단을 상대로 한점 위축됨이 없이 신승을 거둔 김 2단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193＝35, 225＝221, 253＝222의 자리. 253수 끝, 흑 3집반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