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악귀상륙 (10)
기사입력 1997년 03월 03일 13시 43분
"모두 합하여 금화 백오십 닢에 드리겠소." 도태일이 한걸음 다가와 섰다. 어디선가 다시 들개가 짖었다. 머리를 끄덕인 윤의충이 마당으로 내려섰다. 도태일을 포함하여 사내들은 모두 열네명이다. 그중에는 몽골군의 노역자 차림을 한 사내도 있었으며 몇몇은 몽골군의 가죽 갑옷을 걸쳤다. "좋아. 데려간다." 윤의충이 도태일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섰다. "모두 이 악귀가 데려가겠다." "뭐라고 하셨소?" 긴장한 도태일이 어깨를 세우고는 눈을 치켜떴다. 그러자 윤의충이 턱을 들고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우오." 그의 입에서 밤하늘을 울리며 괴성이 길게 터져 나왔는데 들개의 울음 비슷했지만 악귀의 부르짖음 소리 같기도 했다. 그 순간 도태일이 몸을 틀면서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그러나 주위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화살이다. 서너명의 사내가 몸을 틀면서 땅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이놈, 함정을." 도태일이 칼날로 화살을 쳐내면서 윤의충을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 다시 사내 두어명이 쓰러졌는데 화살은 사방에서 쏘아지고 있다. 그순간 윤의충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칼집에서 칼을 뽑는 순간 사내 두명의 목과 가슴을 비스듬히 그었고 번뜩 칼을 돌리면서 다른 사내의 겨드랑이를 찔렀다. 내려쳐진 도태일의 칼날이 그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역적놈." 칼을 중단으로 세워든 윤의충이 도태일을 향해 섰다. 목소리는 겨우 이사이로 빠져 나왔지만 분명한 고려말이다. 훔칫 놀란 도태일이 눈을 더욱 크게 뜬 순간 윤의충의 칼날이 옆으로 그어졌다. 도태일이 칼끝을 아래로 하고 그것을 막았지만 칼이 튀겨지면서 손이 저렸다. 엄청난 검력이다. 갑자기 주위에서 짐승들의 갖가지 울부짖음 소리가 났다. 들개와 살쾡이, 곰과 여우가 어우러진 소리였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모두 귀신 형상의 사내들이다. 그들이 아수라처럼 달려들자 이미 이쪽은 반수 이상이 화살과 윤의충의 칼날에 희생되어 있는 참이다. 사내들은 기세를 잃었다. 칼끝으로 도태일의 눈사이를 겨눈 윤의충이 입술 만으로 웃었다. 이미 주위에서 격렬한 난전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는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쌍칼을 잘 쓴다고 들었다. 빼라." 윤의충이 말하자 도태일이 등에 멘 칼을 후려치듯 뽑아들었다. 주위의 난전은 끝이 났다. 땅을 딛고 서 있는 것은 귀신 형상의 무리들 뿐이었다. 순간, 도태일이 쌍검을 휘두르며 돌진해 왔다. 상하 좌우로 휘두르는 칼날 사이에는 빈틈이 없다. 만척은 숨을 죽였다. 야적(夜賊)무리를 이끌고 온것이 그였다. 윤의충과 함께 함정을 팠던 것이다. 윤의충이 두손으로 움켜쥔 장검을 좌우로 그으며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으므로 사내들의 턱도 일제히 치켜 올려졌다. 그순간 도태일도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장관이다) 만척은 가슴이 내려앉는것 같은 감동을 받았다. 오랜만에 보는 칼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