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대통령의 고뇌(1)
기사입력 1997년 03월 02일 23시 21분
간발의 차이로 대권을 움켜쥐게 된 대통령 당선자는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비속에 취임식장을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는 정권을 인계할 대통령 뿐이지만 이미 며칠전 초췌해진 , , 세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 만났다. 그리고 이제야말로 온 국민과 지도자들이 하나가 되어 겸허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머지 생애를 보내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고 돌아왔었다. "정치 보복은 없다. 하지만 그간 통치권의 남용과 경제몰락, 민심동요의 근본원인은 분명히 밝힐 것이다." 취임식이 바로 코 앞에 와있지만 흥분보다는 앞일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취임식도 되도록 간소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르도록 지시해 놓았다. 취임 초야의 `불꽃축제'도 취소토록 해놓았다. "정말 이 악물고 성실한 정치를 할 것이다. 나의 생애에 가장 감격적인 취임식이지만 취임식보다 퇴임식이 더욱 감격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을 향해 부르짖었다. 지나친 권위주의의 대통령. 국민들 눈에 너무나 약해 보이던 대통령. 그리고 `문민'을 포장한 제 7공화국의 경제, 정치 실종의 통치 스타일을 신임 제8공화국 대통령은 점검하고 있었다. 그러나 취임식장을 향해 떠나는 대통령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경제'와 `북한문제' 그것이었다. 그중 제일 큰 걱정거리는 와 권력 최측근에 의해 저질러진 한보그룹의 `당진제철소'문제였다. "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각하！" 수행원이 깜짝 놀라 바라 보았다. "아… 아냐…. 곧 도착할 시간이 됐지?" "네, 각하."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뜨거운 감자 한보철강. 공사진척 93％에서 멈춰섰던 지난 97년초 다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들이부어 완공시키려 했지만 완공 후의 경쟁력 부재와 인플레가 문제되어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 진척시킬 수도, 중단할 수도 없는 괴물이다. "도대체 국정을 어떻게 끌어간거야." 대통령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시민들은 5공, 6공처럼 지난 통치기간을 철저히 파헤치라고 야단이다. 그리고 북한 문제도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다. 혁명1세대 원로들을 숙청한 김정일은 군부에 의해 끌려가고 있고, 이들은 언제 최후의 발악을 해올지 알 수 없다. 벌써 목숨을 걸고 귀순한 동포만도 1만이 넘는다. "각하. 도착했습니다." 대통령이 깜짝 놀라 눈을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