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챔피언결정전은 성지공고 동문회
기사입력 1997년 03월 02일 16시 34분
`부산 성지공고 졸업생들은 모두 모여라！' 97배구 슈퍼리그 챔피언 결정전（28일∼3월5일）은 성지공고 출신들의 `집안싸움'과도 같다. 남녀 최종결승에 오른 4팀 가운데 3팀 사령탑이 모두 성지공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써비스 감독（43）과 신치용 감독（42）, 그리고 LG정유 김철용 감독（42）이 그 주인공들. 73년 졸업생인 감독은, 동기생인 신치용 감독과 김철용 감독의 1년 선배로 성지공고는 이들이 재학중일 때 전국 최강팀으로 군림했었다. 세터인 신감독과 김감독이 볼을 `올리면' 레프트 공격수인 강감독이 `때리는' 사이였다. 특히 강감독과 신감독은 합숙소에서 함께 뒹굴며 "형님, 아우"로 지내던 `찰떡 궁합'이었다. 대학은 강감독이 , 신감독과 김감독이 성균관대에 진학했지만 강－신감독은 이후 국가대표팀에서 다시 만나 "명세터（신치용）없인 아시아의 거포（）도 없다"는 말을 들었던 명콤비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재계 라이벌 현대와 삼성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치열한 경쟁관계로 변했다. 지난해에는 신진식（성균관대→） 스카우트를 둘러싸고 대립했고, 슈퍼리그에선 `상대를 꺾어야 내가 사는' 사이가 돼버렸다. 두 사람과 달리 김철용 감독은 대학졸업후 곧바로 지도자로 데뷔, 성도고（80년） 일신여상（82년）을 거쳐 LG정유 지휘봉을 잡으면서 슈퍼리그 6연패（連@）를 일궈내 일찌감치 명지도자로 명성을 날렸다. "찰떡콤비가 이젠 앙숙이 됐으니 역시 승부의 세계는 냉혹해…." 김감독이 코트에서 강감독과 신감독을 볼때마다 혼자 되뇌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달 슈퍼리그 2차대회가 열리던 부산 사직체육관에 내걸렸던 플래카드를 잊지 못한다. `－신치용 선배님, 오늘 만큼은 손을 잡으세요. 김철용 선배님 파이팅！' 성지공고 배구팀 재학생들이 정성들여 준비했던 플래카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