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일기] 이민영 (9)
기사입력 1997년 02월 28일 16시 27분
`짝' 제작진은 오빠의 상대로 2∼3명의 여자 탤런트를 투입했으나 반응이 안 좋아 다 중도하차시켰다고 한다. 그러다가 고심 끝에 나를 캐스팅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짝'을 벌써 2년째 하고 있다. `짝'은 출연자들 사이에서는 `짝 미니시리즈'라고 불린다. 미니시리즈 뺨치게 촬영 스케줄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야외 촬영도 많고. `짝' 출연진들과는 1주일 중 3일을 함께 보낸다. 스튜디오 1일, 그리고 야외 촬영 이틀. 정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다. 특히 상대역으로 나오는 재욱 오빠와는 서로 장난도 막 치는 편한 관계다. 문제가 있다면 도저히 로맨틱한 감정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 그윽한 표정으로 재욱 오빠를 쳐다봐야 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엔 NG가 수도 없이 나게 마련이다. 짓궂은 재욱 오빠는 카메라에 안 잡히는 틈을 타서 담배를 콧구멍에 넣는 시늉을 하는 등 장난을 치곤 한다. 그래서인지 `짝'에서 우리 모습이 연인이라기보다는 오누이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짝'에서 보여준 다소곳한 모습에서 가장 큰 변신을 한 것은 TV `여'다. 언니와 같이 출연했던 `여'에서 난 술집 작부를 맡았다. 경험도 없는 나에게 너무나 큰 역이 주어진 것이다. 캐스팅이 확정되자마자 나는 제일 먼저 비디오 가게로 달려갔다. 비디오 가게에 가서 난 "술집 여자가 나오는 비디오는 모두 주세요"라는 주문을 했다. 그때만 해도 내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디오 가게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나를 쳐다봤다. `도대체 어떤 여자 아이가 이런 해괴한 주문을 하나'하는 표정이었다. 하여튼 에로 비디오 수십개를 빌려왔지만, 애석하게도 참고할만한 것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