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나산 족쇄맨
기사입력 1997년 02월 28일 16시 14분
"김용식?" 나산과 SBS의 경기가 벌어진 27일 광주 염주체육관. `살얼음 승부'를 이어가는 가운데 코트를 펄펄 누빈 한 낯선 얼굴이 광주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산 플라망스의 김용식（24）. 프로농구에 관심이 많은 팬들이라도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이다. 가물에 콩 나듯 홍학군단 `제4의 가드'로 불렸을 뿐이다. 용병 에릭 탤리와 `다람쥐 슈터' 김상식, 김영주에 이어 김용식은 팀내가드 중 가장 끝줄인 4번째에 서 있다. 그의 배번 `22'를 팬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27일 SBS전에서 김용식은 자신이 나산의 `숨은 진주'임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벤치를 지키던 김용식은 2쿼터에서 용병 탤리가 코트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부상하자 교체요원으로 긴급투입되는 `행운'을 얻었다. 김용식이 해야 될 일은 바로 SBS의 괴물용병 제럴드 워커를 마크해야 하는 것. 코트의 구석구석을 헤집는 워커를 마크하기란 김용식에게는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탄력있는 탤리도 워커에게 1쿼터에서만 무려 10점을 헌납하며 밀착마크에 실패한 터였다. 그렇지만 김용식은 워커의 `천적'인 양 손과 발을 꽁꽁 묶어버리며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펼쳐보였다. 2쿼터 워커의 득점은 고작 2점. 그리고 3∼4쿼터에서도 워커는 11득점의 `빈공（貧攻）'을 보였다. 김용식의 완벽한 승리였다. 김은 4쿼터 8분1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터트리는 9득점을 기록, 공－수에서 이날 수훈갑이 됐다. 1m89로 가드로는 보기드물게 키가 큰 데 비해 순발력이 뛰어난 김용식. 그의 이날 활약은 나산을 이끌어갈 미래의 리더감으로 낙점받기에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