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범] 내달 16일 이경희씨와 백년가약
기사입력 1997년 02월 26일 15시 06분
천안 일화의 `터줏대감' 김경범（32）이 장가를 간다. 올해로 프로축구 13년차를 맞는 현역 최고참 김경범이 오는 3월16일 오후 1시 서울 삼정호텔에서 피앙세 이경희씨（30）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지난 90년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난 이들은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 서로를 반려자로 생각했을 만큼 각별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을 정도였다. 그러나 패션디자인에 빠져 있던 이씨가 만난지 5개월만에 돌연 일본유학을 선언하면서 결혼은 무한정 미뤄졌고, 7년이 지나서야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된 것. 그동안 휴가 때마다 일본을 들락거렸던 김경범의 열정도 동료들이 탄복할 정도. 이씨의 강한 믿음 또한 김경범의 인내심을 붙들어준 힘이 됐다. 하지만 웨딩마치를 울린다고 이들의 우여곡절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첫날 밤'부터가 문제다. 결혼식 6일 뒤가 올시즌 프로축구 개막일이라 신혼여행을 생략한 것이다. 중요한 시기에 팀훈련을 거를 수 없다는 김경범의 뜻을 신부 이씨가 받아들인 것이다. 대신 가까운 호텔에서 하룻밤만 같이 지내고 김경범은 다음날 아침 경기도 용인의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평생 한번인 신혼여행의 무산으로 신부 이씨의 마음이 상할만도 하지만 김경범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경범이 역대 최장인 13년째 프로생활을 해 오면서도 별 기복이 없는 것은 이같은 철저한 프로정신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혼준비에 정신이 없는 김경범은 "남들 다 가는 장가인데도 왜 이렇게 쑥스러운지 모르겠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