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동작 하나하나 지적 '사랑의 외침'
기사입력 1997년 02월 26일 15시 06분
차범근 감독은 입담도 수준급이다. 지난 25일 오전, 한국축구 대표팀과 홍콩의 세미프로팀 해피 발리간의 연습경기（4대1승）가 열린 홍콩 스포츠 인스티튜트구장. 차범근 감독이 벤치에 앉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잘못된 플레이들을 하나하나 큰소리로 지적해 준다. 한 선수가 패스한 공을 너무 성급히 잡으려고 하자 차감독은 "좀 기다렸다가 해"라며 소리치더니 이제는 공을 보지않고 거칠게 대시해 들어가는 선수가 있자 "공을 보고"라며 쉴새 없이 외쳐댄다. 상대 진영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한국 공격수들이 너무 몰려 있자 차감독이 다시 목청을 돋운다. "벌리면서 해야지." 혼자서만 볼을 드리블하는 선수가 나타나자 "같이 해"에 이어 상대 공격수에게 달려들고 있는 수비수에게는 "바짝 붙어 해"라며 차감독은 목이 터져라 지시한다. 한국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수에게 볼을 빼앗긴 뒤 제자리에 멈춰있자 차감독이 화를 낸다. "서서하지 말고 움직여." 한 선수가 동료로부터 패스를 받은 뒤 어찌할 줄을 모르자 차감독이 여유를 가질 것을 지시한다. "쉽게 해." 공격수가 오프사이드에 걸려들자 차감독이 목청을 한껏 돋운다. "왜 미리 들어가나, 나왔다 들어가야지." 한 선수가 공을 너무 끌고 있자. "빨리 해." 한 선수가 제 포지션을 지키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자 차감독 목소리의 톤이 다시 높아졌다. "너무 정신 없이 한다구." 경기내내 외쳐대는 차범근 감독의 목소리에는 예전과는 다른 자신감과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