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용병 입맛 맞춰라' 구단 비상
기사입력 1997년 02월 26일 15시 05분
`용병들의 입맛을 맞춰라'.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각 구단들이 용병들의 체력보강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팀성적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용병들의 입맛이 워낙 까다로운데다 끼니마다 칼로리를 계산하는 등 철저한 자기관리 때문에 구단들이 애를 먹고 있다. 우선 프로농구 1호 트리플 더블러 제럴드 워커（SBS）는 입이 짧아 구단 관계자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이슬람교도인 탓에 돼지고기는 쳐다보지도 않는 워커는 맵고 자극적인 국내음식은 거의 손을 대지 않는데 가끔 갈비찜이나 불고기에 포크를 내밀 정도다. 워커는 팀동료 데이먼 존슨과 함께 이틀에 한번꼴로 T.G.I 프라이데이나 바닷가재 요릿집을 찾아 영양을 보충하고 있다. `먹는 것이 남는 것'으로 알았던 SBS선수들도 용병들의 절식에 "저렇게 먹고 어떻게 뛸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기아의 슬램덩커 클리프 리드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점심으로 피자를 먹어야 힘을 쓴다. 리드의 별난 식성은 동생뻘인 로버트 윌커슨에게도 영향을 끼쳐 기아구단은 경기 당일 아침이면 큼지막한 피자 2판을 반드시 주문한다. 삼성의 케빈 비어드는 새우튀김과 대구튀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하지만 최근 삼성의 성적이 좋지 않아 구단에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요구할 수 없는 처지이고 위장이 약해 가끔 체하는 빈스 킹도 눈치를 보기는 마찬가지. 동양은 아예 외식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용병들의 식사를 공급받는다. 외국인 선수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동양그룹 자회사인 `베니건스'에 주문해 식사를 해결하는데 덕분에 국내선수들도 가끔 용병들 틈에 끼어 비싼 양식을 얻어먹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