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스타일기] 이민영(6)
기사입력 1997년 02월 25일 14시 56분
난 중－고등학교 때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꽤 있는 편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를 졸졸 쫓아오던 학생, 아침에 대문 앞을 지키고 있다가 나에게 `만나달라'고 얘기하는 학생.
그러나 난 남자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남자애들이 괜히 유치해보이기 까지 했다.
물론 사춘기를 지나면서 내 관심을 사로잡은 사람이 2∼3명 있기는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 사람들이 하나 같이 못생기고 키고 작고, 한마디로 볼품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쯤이었다.
난 성당에 같이 다니던 고등학교 오빠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 오빠는 소위 `킹카'와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었다. 얼굴에 여드름이 잔뜩 나 있고, 키도 작고.
오죽하면 우리 언니가 "넌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이 꽤 독특한 것 같다"라고 평을 했을까.
그러나 기타를 잘 치는 그 오빠가 난 마냥 좋기만 했다.
하지만 나의 자존심을 어찌 굽힐 수 있으랴.
오빠에게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하지 않고, 한 두달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흐지부지, 끝나버린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외모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자를 볼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격.
무엇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고 매사에 당당한 사람이 좋다. 부드럽고 유머감각이 있으면 금상첨화고.
이렇게 이상형은 거창하지만, 나의 `좋았던 시절'을 고등학교 때 다 끝이 난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미팅 한번 못해봤으며, 그 이후로는 스케줄에 쫓겨 데이트할 꿈도 못꿔봤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