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말침 연구로 국내 첫 박사학위
기사입력 1997년 02월 24일 14시 55분
병든 말을 한방요법인 침술로 치료하는 획기적인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이 있다.
한국마사회 마필보건소 연구계장 김병선씨（36）.
김씨는 26일 에서 `전기침 자극이 말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으로 수의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말 진료를 연구해 박사가 된 경우는 있었어도 한방요법인 침술을 말 치료에 적용,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가 경주마 치료를 위해 침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당시 과천경마장의 경주마 중에는 약물치료후 최소 9일간은 경주에 나올 수 없다는 마사회 내부규칙 때문에 웬만한 감기 정도는 그냥 무시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김씨는 "치료제를 복용하면 1주일 가량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출전이 불가능하지만 침을 맞으면 이런 문제는 물론 부작용과 후유증이 거의 없다"며 "특히 경주마는 훈련 중 다리를 삐는 일이 많아 약물보다는 침술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밤낮으로 말침연구에 몰두한 결과 지난해 말의 내장과 연결된 경혈의 비밀을 캐내는데 성공했다.
즉, 침에는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는데 말이 체했거나 변비에 걸렸을때는 전압과 주파수를 낮추고 설사를 할때는 높여주는 등 질병에 따라 서로 다른 전압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김씨가 이러한 연구성과를 얻기까지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
상대가 말 못하는 동물인데다 20㎝가 넘는 대침（大針）을 보고 놀라 발길질을 하는 날이면 최소 전치 10주는 각오해야 하기 때문.
"차일때 차이더라도 꼭 필요한 연구라고 믿어 1주일에도 수백개씩의 침을 꽂았습니다."
그 결과 김씨는 지난해부터 전압 차이를 이용한 침술치료를 시작, 벌써 100마리에 가까운 말들을 완치시켰다고.
한편 최희인교수（수의대） 등 5명의 논문심사위원들은 김씨의 논문이 전세계 경마를 시행하는 나라의 수의사들은 물론 다른 동물들에게도 응용이 가능한 획기적인 업적으로 평가하고 올 상반기 안에 세계수의학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