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대석] 축구사랑 예술로 승화
기사입력 1997년 02월 24일 14시 39분
갈월동 앞의 한 자그마한 하숙방. 2평남짓의 그곳에선 축구에 대한 열정과 예술가의 고집으로 똘똘뭉친 한 가난한 천재가 작품 하나하나에 고독한 예술혼（魂）을 불어넣고 있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로 `3차원 축구 실사（實寫） 일러스트레이션'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작가 이성섭（38）씨. 그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현대아트갤러리（현대백화점 본점 지하2층）에서 열리는 자신의 첫 전시회에 대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박차고 야망을 꿈꾸며 낯선 예술 세계에 뛰어든지 꼬박 3년.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그는 열악한 작업 여건과 낮은 주위의 호응 등 감내해야 했던 그동안의 고생에 만감이 교차한 듯 잠시 말을 잊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 대해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빚어낸 작품"이라는 그는 "전시회가 잘 돼 축구붐 조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3차원 축구 실사 일러스트레이션이 다소 낯선 분야인데. ▲쉽게 말해 축구를 소재로 한 입체 판화다. 10여년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축구와 예술을 접목시켜 새롭게 개척한 분야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그동안 어려움은 없었는가. ▲무작정 축구와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열정만으로 뛰어들었지만 사실 그동안 경제적인 이득이 전혀 없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수입이 없는 상태라 중도에 여러번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사랑과 작가로서의 오기가 나를 지탱해 주었다. -그동안 준비는 어떻게 해왔는가.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두달간 하숙집에 화실을 차려놓고 하루 12∼13시간씩의 강행군을 계속했다. -지난해 2002년 월드컵 개최지 경쟁때도 한국민의 유치 열망을 담은 판화 전시회를 여는 등 민간 사절로서 많은 활약을 했는데.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월드컵 유치에 일조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번 전시회에 거는 기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회가 작품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축구발전을 위한 순수한 의도와 노력이 되려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98프랑스월드컵을 맞아 내년엔 프랑스에서 입체 판화 전시회를 열 예정이고 세계 각국의 프로축구 리그를 3차원 실사 일러스트레이션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표현해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