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 잠을 잊은 '괴물'방망이
기사입력 1997년 02월 23일 15시 07분
현대 전지훈련지인 파이어리츠구장에서 가장 늦게 잠드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야구박사' （24）이다. 매일 저녁 7시30분만 되면 식사를 끝낸 선수들이 방망이나 수건을 챙겨들고 하나둘씩 실내훈련장으로 모여든다. 야간 자율훈련이다. 한동안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북적거리던 훈련장이 갑자기 썰렁해지는 시간은 밤 9시30분쯤. 힘이 남아도는 신인들 두어명만 한구석에서 씩씩거릴 뿐 사방이 조용해지고 나면 의 방망이가 바람을 가르는 `붕붕'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린다. 결국 혼자만 남은 이 세수한 것처럼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수건으로 훔치는 시간은 밤 11시. "처음 하는 전지훈련이라 그런지 저만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얘기 좀 하고 놀다가 자야지 생각하다가도 픽 쓰러지면 바로 아침이라니까요." 피곤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 짐짓 능청이다.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야구에만 매달리는 의 전지훈련 목표는 파워 기르기. 지난해 홈런 30개를 때려내 를 대표하는 슬러거로 자리잡았지만 스스로 판단하기는 아직 힘이 부족하다. 점심만 먹고 나면 슬그머니 라커룸 옆에 달려있는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사라지는 것도 그래서다. 올해 홈런 목표를 40개로 잡은 은 손목과 팔뚝 강화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그냥 심심해서 하는거예요. 팔뚝은 가만 놔두면 점점 약해지더라구요." 의 전지훈련 일과는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진리를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