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차기대권] 베켄바워냐 요한손이냐
기사입력 1997년 02월 23일 15시 01분
프란츠 베켄바워(52．독일)냐, 레나르트 요한손(68．스웨덴)이냐. 후앙 아벨란제(81)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대권싸움은 이들 두사람의 대결로 압축돼 가고 있다. 그런데 아벨란제 회장은 지난 19일(한국시간)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자격을 두루 갖춘 베켄바워가 회장을 맡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우회적인 말로 베켄바워에 대한 지지의사를 비쳤다.
요한손 (유럽축구연맹)회장의 속을 긁는 발언이었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차기 회장직 공식출마를 선언한 요한손의 입장에서 베켄바워는 무척 버거운 상대. 베켄바워가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팀 바이에른 뮌헨의 구단주로 맹활약하고 있을 만큼 활동폭이 넓어 쉽사리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다 요한손 본인의 잘못된 처신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는 지난해 남아공문제와 관련한 스웨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흑인들이 우리의 방에 들어오니까 사방이 컴컴해졌다"는 모욕적인 발언으로 아프리카 회원국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그가 벌이고 있는 내에서의 `개혁운동'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커다란 지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아벨란제가 지난 74년부터 현재까지 장기집권하는 동안 쌓인 비민주적 행정요소를 과감히 척결하는 한편 줄곧 비밀리에 진행돼 오던 TV 중계권료 협상의 공개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금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이처럼 의 차기 대권다툼이 베켄바워와 요한손의 `양웅(兩雄)구도'로 좁혀지는 가운데 이사 하야투(51) 아프리카축구연맹(CAF)회장과 펠레(57) 체육부장관, 조셉 블레터(61) 사무총장 등이 회장후보로 명함을 내밀고 있다.
이사 하야투는 아프리카의 표를 몰아 요한손을 당선시킨뒤 `차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었으나 요한손이 베켄바워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보고는 싸움에 뛰어들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살아있는 축구의 신화'로 불리는 펠레도 회장의 자격으로만 따진다면 베켄바워에 조금도 뒤질 것이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너무 잘 알려진 그 `유명세'탓에 회장직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안고 너무나 많은 이권에 개입한데다 미디어와의 밀착된 관계도 중립을 지켜야할 회장직 수행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로 아벨란제를 잘 보필해 사무총장으로서의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은 블래터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블레터는 "이처럼 편한 사무총장 자리를 내던지고 내가 왜 그토록 불안한 회장직에 욕심을 내겠느냐"며 `2인자'로서의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블레터는 빈틈없는 업무 처리능력과 주위에 적(敵)을 만들지 않은 원만한 성품으로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만만치 않은 `대권후보'감으로 인정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