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저칼로리 미식가 유혹
기사입력 1997년 02월 22일 14시 03분
`올봄 지리산을 찾을때 토종 돼지고기를 맛보세요.' 영-호남을 잇는 지리산 일주도로(1084, 729번 지방도로)변에 있는 경남 함양군 휴천, 마천면과 전북 남원시 운봉, 아영, 동면지역의 토종 돼지가 미식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곳은 고로쇠 약수가 많이 채취되고 계곡이 좋아 봄∼가을시즌이면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 지리산 심산유곡의 산골이어서 최근까지만해도 재래식 화장실에서 돼지를 키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때문에 공식이름은 `흑돼지'지만 농가에서는 `똥돼지'로 통한다. 요즘은 화장실을 개량했기 때문에 일부 농가를 제외하고는 보리, 쌀겨등으로 키우고 있다. 그러나 화학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토종 특유의 쫄깃쫄깃한 맛을 잃지 않은데다 저칼로리여서 미식가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현재 남원지역에서는 1천200여 농가가 흑돼지 5천여마리를 길러 연간 2억여원의소득을 올리고 있다. 남원 인근에 있는 함양군의 경우 휴천면 문화, 문상, 고정, 백련, 송전마을 등에서 집집마다 1∼2마리씩 토종돼지를 키우고 있다. 토종돼지는 100∼120㎏에 이르는 일반돼지에 비해 체중이 40∼50㎏이 적고 사육기간도 2개월이나 길지만 가격은 5만원 가량 비싼 20만∼30만원이여서 수익성이 높다. 토종돼지는 영농조합법인에 의해 집단사육되는 것이 아니라 각 농가마다 1∼2마리씩 소규모로 길러지기 때문에 토종돼지를 맛보려면 농가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이들 지역 음식점을 찾아야 한다. 함양 휴천면 문정식당(0597-62-8913)은 "하루전에 손님들이 주문을 해야 돼지를 잡아둔다"며 "날이 좋을 때는 마당에서 숯불 돌구이로, 추울때는 방안에서 가스로 고기를 구워먹고, 남는 것은 가져간다"고 말했다. 중간급 한마리에 27만원정도. 남원시 산내면 유성옥(0671-34-3046)등 남원쪽 식당에서는 주변 마을에서 사온 토종돼지를 잡아 생고기로 내놓는다. 주로 석쇠로 구워먹는데 각종 부위별 섞은 고기가 한사라에 1만5천원, 고기만 잡아주는데는 중간급이 23만원정도한다. 요즘에는 보통 토요일 오후에 10∼20명씩 팀을 이뤄 민박(큰방 3만원, 작은방 2만원)을 하며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맛잔치를 벌인다고. 이곳 흑돼지 사육농가들은 봄이 완연해 지면 지리산 꽃관광을 겸한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