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숙] 1인3역 만화계 맹렬여성
기사입력 1997년 02월 22일 14시 01분
백정숙씨(34)는 만화계에서 세마리 토끼를 쫓는 사람으로 통한다. 만화평론가고, 만화스토리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열심히 쫓는 토끼는 따로 있다. 그녀는 `우리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모임'(우만련)이라는 단체의 살림꾼이다. `우만련'은 `우리만화의 발전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92년 `우리만화협의회'로 출범한 단체로 재작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사무실을 출입하는 `우만련' 회원들 가운데는 이두호 박재동 이희재 김형배씨 등 만화가, 김창남 최열 하종원씨 등 평론가들의 얼굴도 보인다. "처음 60여명의 회원으로 단출하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80여명의 대가족이죠. 그래서 이런저런 잡다한 일도 참 많습니다." 이런 어려운 와중에도 `우만련'은 그동안 `해방 50년, 우리만화를 찾습니다' `만화는 살아있다' 등 굵직한 만화전시회를 기획하는 등 적잖은 일을 벌여왔다. 백씨의 공이 크다. "어린시절 길창덕 박수동 엄희자씨 등의 만화를 즐겨 읽었습니다. 그러다 6년전 모 출판사가 기획한 만화작품의 스토리작가로 데뷔하면서 만화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스토리작가로서는 아직 과작인 편.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으로는 93년의 `아수라 백작'이 있다. 평론은 재작년부터 시작했으니 더 늦었다. 처음에는 대학가에서 먼저 이름이 알려졌다. 주로 대학학보에 평론을 썼기 때문. 엄희자 황미나 신문수 박수동씨 등에 관한 작가론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그간 발표한 글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묶어볼 생각도 있지만, `우 만련'의 일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만화평론가, 스토리작가, `우만련'의 살림꾼 등 1인3역을 하느라 고단하지만 신명난다"고 말한다. 3중고(三重苦)가 아니라, 아름다운 3중주(三重奏)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