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 조조할인 바람
기사입력 1997년 02월 21일 15시 27분
`커피값도 조조할인 시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전에 한해 커피값을 최고 3분의 1로 낮춰받는 커피숍이나 카페가 늘고 있다.
`조조할인' 바람은 명동, 종로 등 서울시내 중심가에서 불고 있는데 특히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차값을 내려본 적이 없는 명동 일대 업소들이 앞장서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명동 일대에서 조조할인을 하고 있는 업소는 `알텐호프' `덩크슛' `미라노' `보디가드' 등 10여 군데.
이 곳 상인들에 따르면 다른 업소들도 `조조할인'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어 조만간 20∼30개 업소로 불어날 전망이다.
조조할인업소는 명동의 `전통과 품위'를 감안, `조조할인'이라는 팻말을 밖에 내걸지는 않고 있으나 오전과 오후 가격이 서로 다른 2종류의 메뉴판을 갖춰놓고 있다.
오전 메뉴판에는 2천500∼3천원인 커피와 음료수 가격이 1천500원으로 돼 있다.
심지어 오전 동안 다방보다 싼 1천원을 받는 업소도 있다.
종로 2가의 카페 `곰팡이'와 명동의 `세(SE)'의 경우 올초부터 `음료수 가격파괴 전략'을 내세워 오전 손님들에 한해 1천원에 커피와 음료수를 팔고 있다.
과거 신촌, 대학로 등지의 일부 카페들이 방학동안 오전에 값을 내리는 경우는 있었어도 평당 1억원을 호가하는 금싸라기 땅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중심가 업소들이 조조할인에 뛰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업소가 조조할인에 나선 이유는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 기업의 부도 등으로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을 유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
명동 `보디가드' 지배인 박제혁씨(23)는 "명퇴 사태 이후 아침 손님들이 부쩍 늘었으나 명퇴자들을 다른 카페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올해초 조조할인을 시작했다"면서 "조조할인 이후 명퇴자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크게 늘어 불황을 극복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소들이 이에 따라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인 오전 9시 문을 열어 갈 곳 잃은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김영민씨(47. 서울 마포구 성산동)는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뒤 퇴직금으로 주식투자나 해보려고 명동을 찾게 됐다"며 "아침 일찍 나오면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 사업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조조할인 업소는 명퇴자들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